'뉴질랜드 가방 속 남매 시신 사건' 한국인 엄마에 현지법원 종신형 선고

뉴질랜드 남매 살해·유기 한국인 여성 종신형 선고
재판부 "취약한 아이들을 살해…사망한 남편에 크게 의존"
"심신 미약상태였다" 살인혐 무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뉴질랜드 가방 속 남매 시신 사건 피고인. 연합뉴스

뉴질랜드 가방 속 남매 시신 사건 피고인. 연합뉴스


7년 전 뉴질랜드에서 어린 남매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창고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엄마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6일(현지시간) 호주 ABC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이모씨(44)에게 최소 17년 동안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남편이 사망한 뒤 자녀 양육을 감당하지 못해 범행했다며 "(신체·정신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남편에게 크게 의존했고, 남편이 큰 병에 걸렸을 때 대처할 수 없었다"며 "잔혹하게 빼앗긴 과거의 행복한 삶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아이들을 곁에 두는 게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2018년 사건 발생 당시 어린 남매에게 항우울제를 먹인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2017년 암으로 남편이 사망한 뒤 충격을 받아 우울증에 걸렸다"며 "범행 당시 정신 이상으로 심신 미약 상태였기 때문에 살인 혐의는 무죄"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씨의 남편 이모씨는 2017년에 식도암 진단을 받았고, 그해 11월에 사망했다. 남편은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동안 여러 사람에게 그가 죽으면 자신과 아이들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어머니인 이모씨는 남편이 죽은 후 딸이 밥도 먹지 않고 살 의욕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법정에서 "딸에게 '남편을 따라가고 싶다면 혼자 가라. 내가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씨는 2018년 6∼7월께 뉴질랜드에서 항우울제를 넣은 주스를 먹여 9살 딸과 6살 아들을 살해한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남매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오클랜드 창고에 유기한 뒤 한국으로 달아났다. 이씨는 2022년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창고 임대료를 내지 못했고, 창고에 보관된 물품이 온라인 경매에 부쳐졌다.


2022년 8월 창고 물품을 낙찰받은 뉴질랜드인이 가방에서 남매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으며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씨는 같은 해 9월 울산에서 검거돼 뉴질랜드로 강제 송환됐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씨는 과거에 뉴질랜드로 이주해 현지 시민권을 얻었다. 범행 후 한국으로 달아난 뒤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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