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을 非법관 맘대로?…법조계 “재판 독립 붕괴”

대법원장 집중 권한 박탈
與 ‘사법개혁안’ 초안 발표
판사 배치, 임명 재판 배정
사법행정위에서 결정
13명 중 9명이 비법관
李와 尹 민감한 재판도
정치적 ‘입김’ 들어갈 가능성
“사실상 행정부가 법원 관리”

사법행정을 非법관 맘대로?…법조계 “재판 독립 붕괴”

여당이 내놓은 '사법개혁안'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예산·징계권 등을 박탈하고 이를 외부 인사가 포함된 사법행정위원회로 통째로 이관하는 것을 핵심 뼈대로 한다.


이 안이 통과되면 판사를 배치하고 임명하고 재판 배정을 결정하는 사법행정 사무 전반을 '비(非)법관 과반 체제'로 구성된 13명의 외부 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부 길들이기' 비판과 함께 위헌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더불어민주당 사법행정 태스크포스(TF) 초안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사법행정위원회를 만들도록 했다. 사법행정위원회는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비법관 9명을 뒀다. 나머지 4명의 법관 위원 중 대법원장 지명 법관은 1명이고 그 외에는 전국법원장회의(1명), 전국법관대표회의(2명)가 추천한다. 비법관 위원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지방변호사협회, 법무부 장관 등이 공직에서 물러난 지 2년이 지난 비법관 출신 인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사법행정위는 법원행정처를 대신해 법원의 예산, 회계 등을 심의하고 의결하며 법관 전보인사도 할 수 있다.


법원장도 각 법원 판사 회의가 추천한 법관 중 뽑게 했다. 사실상의 선출제다. '김명수 사법부'가 추진했다가 법원장 인기투표제 논란이 일어 '조희대 사법부'에서 폐기한 것을 부활시킨 것이다. 사법행정위가 법원장들에게 각 법원행정을 위임하고 중요 행정 사안은 각 법원 판사회의의 심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이번 안에 대해서 사법부 길들이기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재명 대통령 재판,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김건희 특검 관련 사건 등에서 재판장 지정이나 영장전담판사 배치가 정치적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직 판사는 "인사권은 재판독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면서 "정치권의 입김이 있는 외부체, 특히 행정부 소속 장관이 추천한 인사가 특정 재판과 영장을 담당하는 판사에 대한 인사와 재판 배당에 참여하게 된다면 극단적인 경우 좌천을 시키거나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재판 결과를 좌우하려고 들 수 있다"고 했다.


위헌 논란도 거세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 독립을 보장하고,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장은 사법권 독립의 마지막 방파제인데 그 역할을 없애면 사실상 행정부가 법원을 관리하는 구조가 된다"고 했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재판부 배치를 외부위원회가 합의제 형식으로 결정하는 사례는 찾기 드물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권 핵심 사건이 줄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법행정권을 외부에 넘기는 것은 사법개혁이 아니라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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