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국채금리, 일본이 사상 처음 중국보다 높아진 까닭은

日 인플레·中 디플레로 국채금리 역전
미·중 갈등도 채권 시장에 영향

하지만 여전히 엔화 약세·위안화 강세
미국 경제와 달러에 대한 민감도 때문

일본과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역전됐다. 앞서 30년물 금리가 바뀐 데 이어 10년물도 뒤집히면서 시장에서는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면 환율은 경기 개선과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 일본 엔화가 약세이고, 디플레이션 방지 총력전을 펼치는 중국 위안화가 강세다. 과거와는 다른 이같은 금융 시장 움직임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26일 iM증권은 '한국 금융시장에 낮아진 중국 영향력, 높아진 일본 영향력' 보고서를 통해 양국 경기와 물가 전망 차이 때문에 채권 시장 역전 현상이 벌어졌지만, 통화의 경우 미국 달러화에 대한 민감도 차이가 운명을 갈랐다고 분석했다.

성장하는 일본 vs. 부진한 중국→국채 금리에 영향

일본은 오랜 디플레이션 국면을 벗어나 인플레이션 흐름으로 전환했고, 성장률도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소비 부진과 부동산 침체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일본은 플러스 흐름을 유지하는 반면, 중국은 마이너스권으로 밀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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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 차이도 금리 격차를 키우는 요인이다.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행 역시 인플레이션 상황을 주시하며 금리 인상 시점을 검토 중이다. 재정과 통화 모두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방향이다.


반면 중국은 내수 회복을 위해 재정을 풀고 있지만, 대규모 부양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은 일본보다 낮다는 평가다.


대외 여건의 영향도 크다. 미·중 갈등은 완화되지 않은 채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으며, 일본은 미국과의 긴밀한 경제·외교 관계 속에서 미국 경기 흐름에 더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다.

경제·금리 상황과 따로 노는 환율 흐름

흥미로운 점은 환율 흐름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개선세가 이어지는 일본의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디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는 중국 위안화는 오히려 강세로 돌아섰다. 이는 양국 통화가치가 자국 경기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는 상황을 보여준다.

10년 국채금리, 일본이 사상 처음 중국보다 높아진 까닭은

엔화와 위안화의 엇갈린 방향은 미국 경제와 달러화에 대한 민감도 차이에서 비롯된다. 일본 경제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미국 경기 모멘텀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엔화 가치는 달러화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반면 중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내수 중심의 '자국 우선'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위안화의 안정적 강세를 일정 부분 의도적으로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결국 일본과 중국의 금리와 환율 흐름은 각국의 경기뿐 아니라 미국 경제와 달러화의 방향성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에 의해 갈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금융시장 간 강한 동조화 현상 지속될 듯

올해 들어 원·엔, 코스피와 니께이225지수간 동조화 현상이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일본과 유사하게 한국도 대중국 의존도가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지면서, 중국보다 미국 경제 흐름 및 정책에 더욱 민감한 구조로 변화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낙수효과를 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이 주로 받는 구조라는 점, 미국 관세정책에 있어서 한국은 늘 일본과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다는 점 등이 한·일 금융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한·일 간 금융시장 동조화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달러·원 환율이 달러·엔 환율과 연동되는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내적 외환 수급도 중요한 변수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되기 위해서 엔화의 방향성도 중요한 변수라는 뜻이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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