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기업 체감경기가 한 달 만에 반등하며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전월 추석 연휴로 줄었던 영업 일수가 이달 회복된 가운데 반도체 호황 지속, 소비 심리 개선 등이 영향을 미치며 상승 전환했다. 다만 여전히 기준값인 100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제한적인 개선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2.1로 전월보다 1.5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0월(92.5) 이후 최고치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기업 체감경기 지표다. 100보다 크면 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의 기대심리가 과거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혜영 한은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이달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으나) 여전히 장기평균을 하회하는 수준이어서 아직 좋은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달 제조업 CBSI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오른 92.7을 기록했다. 제조업은 제품재고(1.1포인트), 업황(0.4포인트) 등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달 제조업 실적은 전자·영상·통신장비, 금속가공, 석유정제·코크스 등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전자·영상·통신장비는 인공지능(AI) 산업 활성화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 수출 호조세에 영향을 받았다. 금속가공은 조선사 및 해상풍력발전소 관련 수주가 증가하면서 개선됐다. 석유정제·코크스는 정제마진 증가와 유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비제조업 CBSI는 2.3포인트 오른 91.8을 기록했다. 비제조업은 자금사정(1.0포인트), 채산성(1.0포인트) 등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달 비제조업 실적은 도소매업, 정보통신업, 운수창고업 등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도소매업은 의약품, 에너지원, 농산품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이 팀장은 "감기 유행으로 수요가 증가하고(의약품), 겨울을 맞아 석탄·전력 수요가 늘며(에너지원),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등으로 매출이 개선되는 등(농산품 도소매업)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짚었다. 정보통신업은 신작을 출시한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모습이었다. 운수창고업은 국제운임 반등,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비 감소의 영향을 받았다.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한편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업체는 많지 않았다. 이 팀장은 "가장 수혜업종이라고 볼 수 있는 자동차 업종도 워낙 내수 부품사 등이 많아 크게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경영 애로사항에서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한 응답 비율은 소폭 줄었다"고 말했다. 이달 원·달러 환율 상승은 제조업 자금사정 관련 답변이 악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다음 달 기업심리지수 전망은 전월과 동일한 91.1로 조사됐다. 제조업은 전월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91.7로, 비제조업은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90.7로 관측됐다. 12월 제조업 전망은 고무·플라스틱, 기타기계·장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악화했다. 다음 달 비제조업 전망은 도소매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전기·가스·증기 등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ESI는 전월과 비교해 0.3포인트 하락한 94.1을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 등을 제거한 순환변동치는 94.6으로 전월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전국 352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 업체는 제조업 1824개, 비제조업 1445개로 총 3269개(92.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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