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삼총사]③강훈식, 정치적 체급 높아진 '전천후 리베로'

'97그룹' 선두주자로 주목도 높아져
'서울시장' 아닌 다른 역할 가능성

편집자주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삼총사'가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박찬대 의원, 강훈식 비서실장이다. 2026년은 집권 중반기로 가는 안정적인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해다. 지방선거와 민주당 전당대회가 있다. 이 대통령이 서로 대체가 가능한 이들 3인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지방선거 흐름과 정국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삼총사'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①김민석 ②박찬대 ③강훈식

일찍이 이런 비서실장은 없었다. '참모는 말이 없다'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전천후 리베로' 처럼 움직인다. 언론과 인터뷰 해 입장을 밝히고 정권 차원의 정책 과제를 발표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앞서 미리 가 현안을 조율하기도 한다.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를 맡아 폴란드,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방산 수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전에 볼 수 없던 비서실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덩달아 정치적 체급 또한 높아졌다.


이른바 '97그룹(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 대표주자인 강 실장은 비서실장이 되기 전까지 '친명'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선 때 정무조정실장, 종합상황실장 등을 맡아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본 이 대통령이 일찍부터 눈여겨봤던 인물이었다. 정무적인 판단력과 논리력, 소통 능력을 갖춘 그는 과거 방송 패널로도 활약했었다. 2004년 손학규 전 대표와 정치를 시작한 강 실장이 안정적인 3선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비서실장이 됐다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결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계파색이 옅은 그가 '이재명 세력'과 함께 하겠다는 정치적 야심을 내비친 셈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왼쪽)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에서 김현철 김영삼재단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왼쪽)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에서 김현철 김영삼재단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배려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강 실장에게 '특임장관' 처럼 임무를 부여하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주고 있다. 언론 인터뷰나 정책 과제 발표, 특사 등 '대중에 노출되는 비서실장'은 상당한 신임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현실화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싱크로율이 높다"는 말이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것은 이 대통령과 강 실장이 사안을 보는 관점이나 사용하는 용어, 일을 처리하는 방법 등에서 호흡이 잘 맞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고위 인사는 지방선거에 관심이 많은 이 대통령이 강 실장과 대화 중 "충남은요?"라고 물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 실장이 충남지사에 출마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졌다. 그러나 서울과 특별한 연고도 없고 정무·전략 전문가로 통하는 그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의문부호를 찍는 이들도 많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 변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명인 그의 움직임은 향후 대권 구도와 관련해서도 주목된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