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았는데 독감이라뇨" 환자 14배 급증, 이유 있었다…'K 변이' 점유율 97%

A형 독감 H3N2 새 하위변이 전 세계 유행
ECDC "항원 불일치 가능성"
전문가 "그래도 백신 맞아야"

최근 A형 독감 H3N2의 새 하위 변이가 독감 유행을 주도하고 있지만, 현재 백신이 겨냥한 바이러스와 유행 변이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증 예방 효과를 근거로 백신 접종이 여전히 여전히 중요한 예방책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받는 모습. 아시아경제DB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받는 모습. 아시아경제DB


24일 질병관리청이 지난 1~8일 기준 국내 유행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A형 독감 H3N2의 새로운 하위 변이 'K(subclade K)' 점유율은 97.2%로 나타났다.

지난 9~15일(46주차) 기준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증상을 보인 환자는 66.3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4.6명의 14배에 달한다.


최근 전 세계에서 확산한 K 변이는 각국 독감 유행을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캐나다·일본·영국 등에서도 환자 증가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등록된 H3N2를 포함한 H3형 인플루엔자 검사 표본 약 150건 중 절반 이상이 K 변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도 최근 K 변이가 독감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ECDC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글로벌 인플루엔자 데이터 공유 플랫폼(GISAID)에 등록된 H3N2 서열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에서는 약 3분의 1, 유럽연합(EU)과 유럽경제지역(EEA)에서는 거의 절반이 K 변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CDC는 최근 몇 년 동안 H3N2가 주요 유행 바이러스가 아니었던 만큼 인구 전체의 자연 면역 수준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맞았는데 독감이라뇨" 환자 14배 급증, 이유 있었다…'K 변이' 점유율 97%

문제는 새로 확산 중인 K 변이가 현재 사용 중인 독감 백신과 완벽하게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ECDC는 "유전 계통 분석에서 K 변이는 현재 북반구 독감 백신에 포함된 H3N2 표적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며 "시험관에서 수행한 항원·혈청 분석 역시 백신과 변이 간 항원 불일치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백신 표적과 실제 유행 변이 간에 차이가 있더라도 독감 예방접종이 여전히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ABC 뉴스의 수석 의학전문기자 겸 심장내과 전문의인 타라 나룰라 박사는 "백신 접종이 핵심"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항체 형성에 약 2주가 걸리지만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독감과 감기와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독감은 중이염·부비동염 등 합병증 위험을 높이고, 치료가 늦어질 경우 폐렴으로 악화하고,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K 변이는 고령층과 어린이에게 더 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DC는 독감에 취약한 고위험군으로 65세 이상 고령층, 5세 미만 아동, 면역저하자, 임산부, 당뇨·심장질환·폐질환 등 기저질환자를 꼽았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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