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아 15만원에 모시겠습니다".
25일 오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중구 명동 일대의 호텔 밀집 지역. 하·허·호 등 렌터카 번호판을 달고 있는 승합차가 호텔 입구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짐을 싣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돈을 받고 승객이나 짐을 운송하려면 택시나 합법 콜밴처럼 노란색 번호판을 정식으로 부여받아야 하지만, 이 차량들은 하얀색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호텔 앞에서 '허'자 면호판을 단 승합차가 외국인 관광객의 짐을 실어 나르고 있다. 최영찬 기자
이처럼 일회성 공항 픽업서비스 등 불법 유상운송 영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택시 기사를 비롯한 운수업 종사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기사포함 렌트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업체에 연락해보니 서울 명동에서 인천공항까지 15만원에 갈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행법상 '기사 딸린 렌트카'가 유상으로 승객을 태우려면 ▲관광을 목적으로 외국인 ▲11~15인승 이하 차량 ▲6시간 이상 대여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별도의 확인은 없었고, 바로 예약이 가능했다.
공항 근처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암암리에 행해지던 불법 유상운송 행위가 최근에는 서울 등 도심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3일 이같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총 466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해 승객들을 인천국제공항에서 목적지까지 태운 혐의를 받는다.
30년째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75)의 차량 뒤에 '불법 자가용 영업 반대' 스티커가 붙어있다. 최영찬 기자
이 같은 불법 유상운송 서비스 영업을 하는 차량이 많아지면서 택시 기사 등 국내 합법 운수업 종사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도 최근 '자가용 렌터카 불법 택시 영업 OUT'이라는 항의성 스티커를 제작해 차량마다 부착했다. 서울 개인택시 평의회 관계자는 "렌터카 번호를 달고 있는 불법 영업 차량이 새벽 시간만 되면 승객을 공항으로 태우려고 호텔 앞에서 영업하는데 너무 심각하다"며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고 강력하게 단속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다만, 공식적으로 허가받지 않은 불법 유상운송의 경우 영업용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 문제다. 사고 발생 시 보험 적용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단속과 더불어 운송 서비스 체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단속해서 줄여나가는 것이 맞다"면서도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타다나 우버 같은 운송 서비스를 국내에서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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