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장형' 정치인이다. 그의 SNS 메인 사진이 모든 걸 말해준다. 수해 복구 봉사 활동 등을 가면 대충 하는 게 아니라 내 일처럼 한다. 이런 면에서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친 '행정가형'인 이재명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측면이 있다. 정 대표는 대학 시절 건국대 조국통일위원장을 지낸 '586그룹'이다. 미 대사관저를 점거해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586그룹' 메인은 아니었다. 김민석 송영길 우상호 이인영 등의 그늘에 가린 '586 비주류'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그는 집권 여당 대표다.
그가 당 대표를 꿈꾼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22년 대선 때부터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든 뒤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했다. 최소 4년을 대표가 되기 위해 갈고 닦았다.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광주·전남 공동위원장(골목골목 선거대책위원회)을 맡아 광주·전남 골목골목을 누빈 것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계획이었다. 당시 정 대표는 광주·전남지역 22개 시군 모두를 돌며 69개 유세를 했다. 하루 평균 288㎞를 이동했다. 충남 금산 출신인 그의 처가는 전남 강진군 작천면, 그와 배우자 김인옥 씨는 둘 다 10남매의 막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과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환영나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 나누고 있다. 윤동주 기자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행정가형과 현장형이라는 다른 점 말고 공통점이 더 많다. 두 사람 다 과거 정치적으로 '정동영계'였다는 점,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섰다는 점, SNS를 능숙하게 활용해 이슈에 즉각 대처한다는 점 등이다. 정치적으로 세력 없이 밑바닥에서 잡초처럼 성장했기에 은연중 동류의식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라는 정치적 위치, 한 사람은 권력의 정점에 있고 한 사람은 정점을 향해 간다는 차이에서 나온다.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대통령과 당파 이익을 우선 중시해야 하는 차이는 크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은 결을 달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명파 VS 청파가 물밑 전쟁 중"이라고 전했다. 오승용 메타보이스 이사는 "전쟁 중이라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다. 하지만 그런 맥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분석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와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비서실장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과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박찬대 의원과 겨뤄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기고(66.48%:33.52%), 대의원 투표에서 진(46.91%:53.09%) 정 대표는 권리당원에 다 걸었다. 국회의원과 대의원 세력에서 밀리는 정 대표는 권리당원들의 지지 여부에 정치적 운명이 달려 있다. 정치권에선 정 대표가 '내년 당 대표 연임-대선 출마 로드맵'을 그리는 것으로 본다. 내년 8월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바로 이 지점에서 '권력 누수'를 우려하는 대통령과 정 대표의 이해관계가 결정적으로 갈린다. 이런 측면에서 '명청대전' 본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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