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진정되지 못하면서 주요 가격 동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변동성 장세 완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가격, 빅테크 신용부도스와프(CDS), 달러화 가격을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iM증권은 12월 초중반부터 변동성 장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우선 유동성 흐름을 가늠하는 대표 가격변수인 비트코인의 안정세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위험자산 중 유동성 흐름에 가장 민감하다. 그간 유동성 축소 위험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큰 폭으로 하락해 왔다. 이달 들어 유동성 리스크가 제기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21일 종가 기준 22.2% 급락하는 등 주요 자산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11월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한 달도 있지만, 시가총액 감소 폭으로는 이번 달이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시총 감소는 유동성 위축은 물론 나스닥 등 기술주에도 부담을 준다. 2020년 이후 비트코인 가격과 나스닥지수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유동성이라는 공통분모 외에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진입한 영향과 더불어 가상화폐 기업 주가에 비트코인 가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비트코인 최대 매수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내놨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지수에서 제외할 경우 약 28억달러 자금(약 4조1217억원)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지수에서도 연달아 편출되면 추가로 88억달러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어 회사 가치평가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상치 못한 비트코인 발(發) 신용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21일 종가 기준 약 37% 내렸다. 연중 고점 대비로는 69% 빠졌다.
주요 빅테크 CDS의 하향 안정세도 확인해야 한다. 주요 자산 가격의 동반 하락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iM증권이 강조한 단기 자금경색 현상이 완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빅테크들의 회사채 발행 급증으로 시작된 오라클의 CDS프리미엄 상승세가 대표적이다. 회사채 발행으로 빅테크의 부채 리스크가 자극될 위험은 낮지만, 단기적으로 자금시장에 불안 현상을 만드는 원인으로는 충분히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주요 빅테크 CDS 프리미엄 상승세는 AI 거품론에도 영향을 받고 있음을 고려할 때, CDS 하향 안정 여부는 신용경색 및 AI 거품론 완화를 판단하는 중요한 신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화 추이도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단기 자금시장 경색, 일본 대규모 경기부양,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여러 이유로 달러화 강세 압력이 높아지면서 세계 유동성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화의 추가 강세 혹은 약세 전환 여부가 단기 유동성 및 자산 가격 흐름에 중요한 변수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박 연구원은 다음 달 초를 증시는 물론 주요 자산 가격 변동성 진정의 단기 분수령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다음 달 9~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려질 금리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미 연준 내 인사들의 의견도 매파와 비둘기파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iM증권은 다음 달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동결을 결정할 명분이나 데이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12월 금리 결정과 더불어 단기 국채시장 중심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 시행 여부도 시중 유동성과 국채 금리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달러화 역시 연말까지 추가 강세보다는 약보합세를 예상했다. 다음 달 차기 연준 의장 선임 이슈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발 엔화 약세 현상도 약화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다카이치 내각이 예상보다 큰 충격을 결정하면서 엔화 약세 폭이 확대됐지만, 일본 내 국채 금리 급등 현상 등을 고려할 때 추가로 재정 지출을 더 확대하기 쉽지 않아 엔화 약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며 "결국 연말까지 달러화 추가 강세보다 약보합세를 기록하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재차 강화되면서 자산시장 변동성도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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