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G20 정상회의 폐막…미국 불참 속 다자주의 재확인

아프리카 첫 G20 의장국
불평등·부채·기후변화 부각 성과
글로벌사우스 의장국 마무리
차기 의장국 이양식은 생략
李대통령, 마지막 순방국 튀르키예로

아프리카 대륙 사상 처음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3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날 각국 정상과 대표들은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주제로 회의를 가진 뒤 폐막식을 끝으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남아공 G20 정상회의 기념촬영. 이재명 대통령은 오른쪽 네 번째. AFP·연합뉴스

남아공 G20 정상회의 기념촬영. 이재명 대통령은 오른쪽 네 번째. AFP·연합뉴스


이번 회의는 미국 불참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G20 남아공 정상선언'을 조기에 채택하며 다자주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보통 폐막 직전에 선언을 채택하던 관례를 깨고 첫날부터 합의문을 도출한 것은 미국 보이콧에 대한 의장국 남아공과 회원국들의 정면 돌파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앞서 미국은 남아공이 백인을 박해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회의에 불참했으며 현지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채택된 30페이지 분량의 정상선언문에는 다자주의 정신과 유엔 헌장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에서의 항구적 평화 노력도 강조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환경적 기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어긋나는 일방적 무역 관행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기념촬영하며 손 잡는 브라질, 남아공, 앙골라 정상. 로이터·연합뉴스

기념촬영하며 손 잡는 브라질, 남아공, 앙골라 정상. 로이터·연합뉴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폐회사에서 "아프리카 첫 의장국으로서 아프리카와 글로벌사우스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으로 아프리카에서 처음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공식적으로 마치며 의장직은 차기 의장국인 미국 대통령에게 넘어간다"고 선포했으나, 미국의 불참으로 의사봉을 넘겨주는 별도의 이양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이번 회의는 1999년 G20 창설 이래 처음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했다. 이른바 '트로이카'(G20 작년·올해·내년 의장국)의 일원이 정상회의에 아무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2022년 인도네시아부터 이어진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의 의장국 순환 주기는 마무리됐다. 차기 의장국은 2026년 미국, 2027년 영국, 2028년 한국 순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회의를 자신의 소유인 마이애미 도랄 골프 리조트에서 개최하고 의제를 경제 협력으로 좁히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G20 조직위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G20 조직위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이틀간 개막식과 만찬, 3개 세션에 모두 참석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주도하는 중견 5개국(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 협의체 '믹타(MIKTA)' 정상 회동 및 프랑스·독일 정상과의 양자 회담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포 간담회를 끝으로 남아공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순방국인 튀르키예로 이동한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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