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0조원 가치 일레븐랩스 CEO "한국 시장 진출 이유는…"

AI기업 일레븐랩스, 한국 시장 진출 공식 발표
스타니셰프스키 CEO "한국, 놀랍고 인상적"
"AI 안전성 책임감…일반인 수익화 창구 마련"

"한국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을 매우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6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세계 다른 지역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말 놀랍고 인상적이다." (마티 스타니셰프스키 일레븐랩스 최고경영자)

마티 스타니셰프스키 일레븐랩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레븐랩스 제공

마티 스타니셰프스키 일레븐랩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레븐랩스 제공

기업가치 66억달러(한화로 9조 7000억원) 규모의 AI 전문기업 '일레븐랩스'가 지난 21일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2022년에 영국에서 설립된 일레븐랩스는 AI 기반 오디오 툴 전문기업이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꿀 수 있고, 실감 나는 다국어 더빙이 가능하며 짧은 목소리 샘플만으로도 화자의 목소리를 AI로 복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70여개의 언어를 지원하고 5000만명 이상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어는 AI 모델을 만들기에 다소 까다롭고 사용 인구도 적은 편이지만 일레븐랩스는 한국 시장에 주목했다. 스타니셰프스키 CEO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빠른 AI 보급률을 바탕으로 자사의 서비스가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문화는 기술을 통해 국제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한국 작품의 팬으로서 그것들이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전 세계 사용자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음성 기술로 언어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고, 음성과 콘텐츠가 실시간 번역과 더빙으로 세계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의 AI 기술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AI 강국 목표 달성과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타니셰프스키 CEO는 "AI를 도입하는 국가들은 성장을 엄청난 폭으로 가속화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 세계 최상위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면서 "정부, 산업, 국민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티 스타니셰프스키 일레븐랩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레븐랩스 제공

마티 스타니셰프스키 일레븐랩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레븐랩스 제공

한국 방송·게임사와 협업 중…제작 시간·비용 단축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피오트르 다브코프스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팔란티어 출신의 마티 스타니셰프스키 최고경영자(CEO)가 공동 창업해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짧은 기간에 빠르게 성장했다. 일레븐랩스는 원작의 감성과 뉘앙스를 실감 나게 재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캐릭터의 웃음, 한숨, 감탄사, 숨소리까지 그대로 전달한다. 제작 효율성을 개선해 더빙 시간과 비용을 단축한다는 장점도 있다.


창업 3년 만에 10조원 가치 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선 "창업 당시에는 메타버스와 암호화폐가 유행하던 시기였고, AI에 집중하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며 "다른 회사들보다 1년 먼저 모델을 연구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저희의 기업가치가 행운의 숫자인 11로 나누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66억달러이고, 그전에는 33억달러였으며, 그 이전에는 11억 달러였습니다."


AI 모델 연구와 상용화 가능한 제품을 동시에 개발한 점도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그는 "우리는 연구와 제품 개발을 동시에 진행했다. 오디오 분야의 기초 모델을 연구하는 동시에 그 모델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며 "보이스오버, 내레이션, 더빙, 대화형 에이전트 같은 다양한 사용 사례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운영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크리에이터와 개발자가 활용하는 플랫폼 영역과 기업 고객이 업무상에 활용할 수 있는 음성 기술을 동시에 개발했다.


스타니셰프스키 CEO는 한국어 텍스트와 음성을 생성하는 모델을 이미 개발했으며, 영화나 TV 산업 등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게임을 하는 도중 캐릭터와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크래프톤 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캐릭터들이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저희는 바로 그러한 기술을 개발 중인 크래프톤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는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줄 것입니다."


기존의 고객 서비스 지원 센터 역시 일레븐랩스의 AI 음성 에이전트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일레븐랩스의 마티 스타니셰프스키 CEO와 홍상원 한국 지사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레븐랩스 제공

일레븐랩스의 마티 스타니셰프스키 CEO와 홍상원 한국 지사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레븐랩스 제공

딥보이스 범죄 차단 기능…"안전성 책임 의식 가져"

AI 음성 기술 영역은 유명인 등 타인의 목소리를 복제해 범죄에 활용하는 '딥보이스'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일레븐랩스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텍스트 기반의 자동 차단 기능을 비롯해 AI 생성물 탐지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스타니셰프스키 CEO는 "이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서 안전성을 위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우리의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며 "일레븐랩스에서 생성된 모든 콘텐츠는 그것을 생성한 계정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성된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검수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사기나 범죄를 시도한다면,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차단하거나 추가적인 검토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 탐지 모델을 배포했다"며 "콘텐츠가 AI에 의해 생성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일레븐랩스는 AI 기술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음성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해 일반인도 수익화할 기회를 주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음성 마켓플레이스에 등록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를 사용할 때마다 수익을 얻는 구조다. 즉, 목소리를 자산화해 지속적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온 음성 1만여개 중 한국어 음성은 약 400개이며, 총 수익화 금액은 1100만달러(162억원)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스타니셰프스키 CEO는 작업의 상당 부분은 AI가 수행하되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는 역할은 사람이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작업의 상당 부분은 AI로 수행될 것이다. 아마 80%, 90%, 혹은 95%까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사람들이 관여하게 되는 부분은 더 복잡한 감정, 억양, 경험을 고양시키는 영역일 것이다. 이는 결과물의 품질을 오히려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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