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잔디밭 낭만 결혼식 '1호' 주인공 탄생…구경온 이웃에도 '한턱'

조용국·나영희 부부 "식권 확인 절차 없앤 동네 잔치로"
이철우 지사·박성만 의장·배우 전광렬이 채운 신랑 혼주석

경북도청 신청사 건립 이후 최초로 잔디마당에서 결혼식 '1호 부부'가 탄생했다.


도청신도시에 거주하는 조용국(56)·나영희(49)커플은 22일 오후 경북도청 잔디밭에서 처음으로 예식을 올리며 '낭만 결혼식'의 첫 시작을 알렸다.

경북도청 신청사 건립 이후 최초로 잔디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조용국(56)·나영희(49)커플이 하객들 앞에서 입맞춤을 하고 있다.

경북도청 신청사 건립 이후 최초로 잔디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조용국(56)·나영희(49)커플이 하객들 앞에서 입맞춤을 하고 있다.

앞서 경북도청 내 결혼식은 5년 전 코로나19로 결혼식이 취소되거나 연기돼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예비부부에게 희망을 주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북도 차원에서 기획해 다목적홀을 사용한 적은 있으나, 청사 밖 잔디광장에서 일반인이 직접 이용신청한 결혼식은 조씨 커플이 2016년 안동·예천 신도청시대를 연 이후 처음이다.

경북도청 잔디마당은 면적 4000여㎡ 규모로 300명 정도의 하객이 동시에 결혼식을 참관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으며 도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예식 공간 신청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날 주인공인 신랑 조용국씨는 현직 신문기자이며, 신부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지난 26년간 요가지도자로 활동하면서 최근 시니어 모델계 새바람을 일으키는 패션모델 나영희씨다.


그동안 직장 관계로 대구와 안동·예천을 오가며 3년간 원거리 연애를 하다 최근 신랑 조씨가 거주하는 안동시 풍천면의 도청신도시에 정착해서 이날 '재혼' 부부로서 새로운 2막을 열게 됐다.

이날 예식은 주례 없이 신랑·신부가 혼인선언문을 낭독했으며, 특히 혼주석에는 일찍이 세상을 떠난 신랑의 부모님을 대신해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 그리고 신랑의 오랜 의형제 사이인 배우 전광열씨가 앉아 이목을 끌었다.

신랑 조용국 씨의 혼주를 대신해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성만 경북도의장, 전광렬 배우가 앉아 있다.

신랑 조용국 씨의 혼주를 대신해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성만 경북도의장, 전광렬 배우가 앉아 있다.

신부 혼주 측도 미망인이 된 어머니와 고인이 되신 아버지를 대신한 친인척이 앉아 두 사람의 혼인 서약을 지켜봤다.


혼인신고만 하고 지내 온 두 사람은 결혼식을 생략하거나 스몰웨딩을 고민하던 중에 '남의 시선때문에 결혼식을 대충 하는 것은 되려 남들과 자신에게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특별한 야외웨딩 결혼식을 결심하게 됐다.


인맥이 없어도 누구나 하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야외 예식인 만큼 구경 온 지역주민들도 무료로 식사할 수 있도록 인근 피로연장 입구에 '식권 제출' 확인 절차를 없앤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잔디마당 '1호 주인공'이 된 신랑 조용국씨와 신부 나영희씨는 "옛날 결혼식 잔치가 단순한 예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집 마당에서 가족과 이웃이 함께 어울려 축하하는 정이 살아있는 행사였던 낭만과 추억을 떠올려 야외 잔디마당 결혼식으로 결정했다"며 "누구든지 구경하다가 눈치 보지 않고 미리 식사할 수 있는 도청내 주변 시설도 연계돼 있어 출퇴근길 지나가며 평소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세월 쌓아온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남은 인생 동반자가 되기로 약속한 만큼 편견 없이 저희 행복을 누구든지 축하해 주길 바라며, 오늘 참석하신 모든 분들을 증인으로 모시고 잘살겠다"고 했다.


조용국씨는 "오늘같이 기쁜날 돌아가신 아버지, 엄마, 장인 어른이 계시지 않아 슬프고도 섭섭하지만 다행히 장모님이 계셔 앞으로 더욱 잘 모시겠다"면서 "죽는 그날까지 사랑하는 아내 나영희씨가 나때문에 힘들어하고 울지 않도록 늘 노력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축사를 맡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재혼 부부'임을 의식하는 조씨 부부와 하객들의 묘한 기류를 눈치챈 듯 애둘러 '초혼'이 아님을 더 강조하는 입담과 유쾌하고 재치있는 발언으로 예식장이 한바탕 웃음으로 가득 찼다.


이철우 지사는 "둘이 결혼 안 하고도 잘도 이쁘게 살두만은(살던데) 우째(왜) 이래(이렇게) 결혼식을 만데(뭣하러)해가꼬(해가지고)"라고 농담을 던지며 "경북도청 신청사 건립 10년됐는데 두 사람은 잔디마당에서 식을 올리는 1호 부부로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늘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덕담했다.


박성만 의장은 "살다보면 인생은 '이혼'의 상처를 한번 경험해야 제대로 안다고 카더라(하더라). 두번째 결혼하면 신랑 입장할 때 더 잘 걸을 줄 알았는데 걷는게 영 아이네(걷는 것이 어슬퍼다)"라고 유머를 던지며 "의장의 의결은 주요 정책 등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지방의회의 최고 의사결정 절차를 의미하는데 오늘 조용국, 나영희 부부의 결혼생활이 영원하도록 '땅땅땅' 의결한다"고 말해 조씨 부부와 하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줬다.


배우 전광렬 씨는 "신랑 용국이와는 오랜 세월동안 형제처럼 지내왔다"면서 써온 작문의 편지를 읽은 뒤 신랑을 쳐다보며 "용국아 행복해라"며 반가움과 축하를 쏟아냈다.

케이팝 댄스팀 ' 프랭커스가 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케이팝 댄스팀 ' 프랭커스가 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이날 결혼식에는 하객 등 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신랑의 후배인 안동MBC 박종선 아나운서와 가수 정재욱·송유빈, 케이팝 댄스팀 '프랭커스'가 사회와 축가, 공연을 각각 맡아 조용국·나영희 부부의 앞날을 축하해줬다.





영남취재본부 최대억 기자 c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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