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태양광·수소·SMR 신사업…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리더를 향해

[리빌드 K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대 최대 카타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태양광 패널 설치·종합설계시공·운영
그린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박차

편집자주건설투자 부진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 지 수년이 지났다. 올해도 비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쌓인 미분양 주택, 상업용 부동산의 만성적 공급과잉 등 구조적 문제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계엄사태 이후 조기 대선, 안전사고 등 각종 대외 변수가 잇따르면서 건설업 부진이 국내 성장률을 0.3%포인트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고환율 기조가 굳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건설업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건설기업들은 미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저성장이 새로운 기준(뉴노멀)이 된 시대에 맞춰 과거에 시도하기 어려웠던 신사업에 도전하거나 첨단기술을 가다듬어 건설산업에 접목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풍부한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한 해외 사업 확장도 여전히 관심 갖는 분야다. 우리 건설 기업은 과거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고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할 과제를 떠안았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기반시설을 닦고 사회 구성원 삶의 질과 직결된 인프라를 개비할 일도 건설산업이 맡아야 할 임무다. 기존의 사업 모델을 넘어 고부가가치 중심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환경친화적인 기술을 도입해 지속가능성도 도모해야 한다. 아시아경제는 대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도약을 준비하는 국내 건설사의 성과와 노력을 'K-건설' 특집을 통해 짚어봤다.
삼성물산은 지난 9월 카타르 국영에너지회사인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총 발전용량 2000㎿ 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낙찰통지서를 수령하고 발주처인 카타르 에너지와 서명 행사를 진행했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은 지난 9월 카타르 국영에너지회사인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총 발전용량 2000㎿ 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낙찰통지서를 수령하고 발주처인 카타르 에너지와 서명 행사를 진행했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에너지 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투자와 기술 역량 확보는 물론, 글로벌 파트너사와 사업 협력을 통해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태양광, 수소, SMR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통해 '에너지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역량을 토대로, 그린 수소 등으로 차세대 에너지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에너지 신사업 성과 창출 가시화

삼성물산이 수행 중인 카타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는 태양광 발전 중 역대 최대 용량이다. 여의도 면적(2.9㎢)의 9배 부지에 발전 용량만 2000㎿에 달한다. 준공하면 세계 최고 수준인 카타르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을 고려해도 75만 가구가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회사인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이 프로젝트는 신재생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카타르 국가 비전 2030'을 실현하는 핵심 프로젝트다.


기존 태양광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2년 7월 '미국 괌 망길라오 태양광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단순 태양광 패널 모듈 설치 수준을 넘어 설계·조달·시공(EPC)부터 운영까지 모든 단계에 걸친 사업 경험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연이은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리더'로 한층 더 발돋움하게 됐다"며 "태양광 관련 국내외 주요 기업·현지 파트너와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에는 한국전력·동서발전과 '팀 코리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괌 ESS 연계 태양광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2027년까지 132㎿ 규모 태양광 설비와 260MWh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을 연계한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 전량을 괌 전력청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발전소 건설공사도 전담한다.

중장기적으로 시장 규모 확대가 예상되는 그린 수소 분야에서도 사업 기회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호주에서는 선도 업체와 협력해 신재생 단지를 조성하고,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023년 6월 루마니아 현지에서 루마니아 원자력공사를 비롯해 이인프라, 노바파워앤가스, 미국 뉴스케일, 미국 플루어 등 5개사와 루마니아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건설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023년 6월 루마니아 현지에서 루마니아 원자력공사를 비롯해 이인프라, 노바파워앤가스, 미국 뉴스케일, 미국 플루어 등 5개사와 루마니아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건설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물산 제공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는 사업 기회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SMR 기술 선도 업체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루마니아 원자력 공사를 비롯해 미국 뉴스케일, 플루어 등 글로벌 원자력 선도 기업 5개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에 관한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이어 플루어·뉴스케일·사전트 앤 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3개사와는 루마니아 SMR 사업의 기본설계(FEED)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루마니아 프로젝트는 2030년 상업운영을 목표로 삼성물산이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루마니아 SMR 사업은 유럽 내 석탄 화력발전소를 SMR로 대체하는 첫 사업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 기본설계(FEED) 계약을 통해 글로벌 SMR 플레이어로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 동맹으로 차세대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글로벌 기업과 사업 협력을 통해 차세대 에너지 신사업 밸류체인 구축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SMR 사업 관련 미국 뉴스케일파워에는 지분 투자와 함께 기술 협력, 인력 교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 민간 SMR 개발사인 칸풀 넥스트(Karnfull Next AB)와 스웨덴 SMR 사업 개발을 위해 관련 기술 선정, 환경영향평가 등 발전소 건설을 위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스웨덴 민간 SMR(소형모듈원전) 개발사인 칸풀 넥스트와 SMR 사업 개발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스웨덴 SMR 사업협력 MOU 체결식에서 오세철 대표(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이 스웨덴 민간 SMR(소형모듈원전) 개발사인 칸풀 넥스트와 SMR 사업 개발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스웨덴 SMR 사업협력 MOU 체결식에서 오세철 대표(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에스토니아 민영 원전기업인 페르미 에네르기아 (Fermi Energia)와 현지 SMR 개발을 위한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유럽·동남아·중동 시장에서 SMR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GVH(GE Vernova Hitachi Nuclear Energy)와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자회사이자 세계적인 에너지 저장시설 전문 설계업체 웨소(Whessoe)의 역량을 결합해 액화수소 저장과 재기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3년 10월 국제인증기관인 DNV(DetNorske Veritas)로부터 세계 최대 용량의 액화수소 저장탱크 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액화수소는 기체 상태인 수소를 극저온으로 냉각해 액화한 것이다. 인증받은 액화수소 저장탱크의 용량은 4만㎥에 달한다. 초저온 상태의 액화수소를 약 2800t까지 저장할 수 있는 용량으로, 수소차 50만대 이상을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향후에도 에너지 분야의 신사업 기회를 지속 모색하고, 에너지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위치를 확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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