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해임 원해"…재무장관엔 "금리 못 낮추면 당신도 해고"

"스콧이 해고 만류…하워드라면 당장 쫓아내라 했을 것"
관세 배당금 지급 재확인…공화당 내부 반발 기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을 원하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이를 만류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사우디아라비아 투자 포럼에서 "솔직히 말하면 그(파월 의장)를 당장 해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 취임 직후부터 파월 의장에게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해임 압박을 가해 왔으며, 이날도 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이 그동안 파월 의장의 해임을 막아왔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스콧(베선트 장관)은 '제발 그를 해고하지 말라.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난 지금이라도 그를 내쫓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베선트 장관과 함께 행정부 내 실세 장관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거론하며 "하워드라면 '그를 당장 쫓아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러트닉 장관은 베선트 장관과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인물이다. 러트닉 장관은 시장 친화적이고 유연한 베선트 장관과는 달리 강성으로 '리틀 트럼프'로 불린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스콧이 유일하게 망치고 있는 건 Fed"라며 "스콧, 금리가 너무 높다. 빨리 고치지 않으면 당신도 당장 잘라버릴 것"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베선트 장관은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 절차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한때 차기 Fed 의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재무장관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선트 장관을 두텁게 신뢰해 온 만큼, 이날의 '해고' 발언 역시 농담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차기 Fed 의장 후보로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Fed 이사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배당금' 지급 방침도 재확인했다. 그는 "중·저소득층에게 최소 2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며, 관세 수입을 바탕으로 미국인에게 1인당 2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는 관세 배당금 지급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관세 배당금 정책을 추진하려면 의회의 입법 절차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조디 애링턴 하원 예산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성장 친화적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부를 돌려줘야 하며, 관세 배당금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선트 장관에게도 관세 수입을 재정적자 감축에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역시 전날 관세 수입은 효과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재정적자 감축을 언급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켄터키)은 "우리가 적자를 겪는 동안 사람들에게 돈을 보내는 건 미친 짓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미니 지방선거 패배 이후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구 재편, 관세 배당금 추진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백악관의 당내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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