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한국 여성 유방암 많은 이유…"마른 체형 관련"

폐경 이행기 4737명 7년간 추적 분석
저체중이면 초기 여성호르몬·유방 밀도 ↑

우리나라 여성이 서구 여성보다 젊은 40대 후반 무렵에 유방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데에는 한국인의 마른 체형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방암의 국제적 상징인 핑크리본. 픽사베이

유방암의 국제적 상징인 핑크리본. 픽사베이


19일 강북삼성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헬스케어데이터센터 류승호 교수, 코호트연구센터 장유수 교수·장윤영 박사,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유선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국내 폐경 이행기 여성 4737명을 평균 7년간 추적 관찰해 여성 호르몬의 변화와 유방 밀도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폐경 단계는 국제 표준 기준에 따라 4단계로 분류했으며, 유방 밀도는 유방 촬영 영상을 자동분석 프로그램으로 정량화했다. 또 체질량지수(BMI)를 저체중(<18.5), 정상체중(18.5~22.9), 과체중(23~24.9), 비만(≥25)의 4개 그룹으로 구분해 비교 분석했다.

관찰 결과 체질량지수가 18.5 미만인 저체중 여성의 경우 폐경 이행기 초기에 여성 호르몬과 유방조직 밀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비만 여성은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유방 밀도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에 영향을 받고, 유방 밀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저체중 여성에서 폐경 이행기 초기에 나타난 특징은 유방암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백인 여성들은 유방암 유병률이 60대 후반 이후 가장 높아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 유병률은 40∼50대에서 가장 높다.

류승호 교수는 "한국 여성은 서구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이 많은 편인데, 이러한 체형적 특성이 갱년기 초기 호르몬 변화와 맞물리면서 서양 여성보다 빠른 시기에 유방암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유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도와 호르몬 변화의 상호작용이 한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 시기와 연관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향후 폐경 전후 여성의 체형 및 호르몬 변화에 따른 맞춤형 검진과 예방 전략 수립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갱년기 여성의 만성질환 예방 관리를 위한 전향적 연구'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방암 연구(Breast Cancer Research)'에 게재됐다.


한편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유방암 환자 수는 1999년 5890명에서 2022년 2만9528명으로 5배 가량 늘었다. 여성암 중에서는 단연 1위로 모든 연령대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증가세를 보였으며,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서구보다 높았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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