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건들락 "2500兆 사모대출, 대형 금융위기 뇌관"…서브프라임 사태 데자뷔 경고

제프리 건들락, 블룸버그 포드캐스트 인터뷰
주식시장 거품 경고…"엄청나게 투기적"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다음 대형 금융위기는 약 2500조원 규모의 사모대출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이 아닌 비은행 금융회사가 기업에 직접 대출해주는 사모대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최근 부실 대출이 잇따라 드러난 가운데, 2008년과 같은 대형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건들락은 또 현재 금융시장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며 투자 포트폴리오의 20%를 현금으로 보유할 것을 권고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건들락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포드캐스트 '오드 라츠'에 출연해 사모대출 시장에서 대출기관들이 "쓰레기 대출(garbage loans)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사모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온 비우량(서브프라임) 자동차 담보대출업체 트라이컬러와 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의 파산 사례를 언급하며 "금융시장에서 다음 대형 위기는 사모대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상황이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재포장됐던 것과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은 2008년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선순위 채권에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했지만, 이를 매입한 금융기관들은 대규모 부실을 떠안아야 했다. 건들락이 언급한 파산 기업 트라이컬러는 사모대출을 활용해 저신용자에게 고금리 자동차 대출을 제공하면서 같은 채권을 담보로 여러 금융사에서 중복 대출을 받았다. 퍼스트브랜즈는 부품 판매 미수금을 중복 담보로 제공한 뒤 여러 사모대출을 실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사모대출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비은행 금융회사가 자금 공급을 대신하기 시작해 급성장했다. 금리는 높지만 자금 조달이 빠르고 유연해 기업들이 선호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미국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현재 약 1조7000억달러(약 2490조원)로 추산되며, 최근 부실 사례가 잇따르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메가톤급' 충격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건들락은 사모대출 펀드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려는 최근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런 자산은 신속한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데도 손쉬운 환매를 약속하는 것은 "완벽한 부조화"라며 환매가 집중될 경우 펀드가 자산을 헐값에 처분해 손실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모대출에는 100과 0, 두 가지 가격만 존재한다"며 "언제든 팔 수 있어 안전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팔 수 있는 가격이 날마다 계속 내려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모대출 시장 부실 우려는 월가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앞서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역시 사모대출 문제를 두고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어딘가에 더 있다는 뜻"이라며 시장 전반에 부실 문제가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들락은 또한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거품 우려 등 금융시장 전반의 과열도 우려했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의 건강 상태는 내 경력 전체를 통틀어 가장 취약하다"며 "시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투기적이고, 이런 투기 장세는 엄청나게 높은 수준까지 치솟는다. 이런 일이 매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 투자와 관련해서는 관세발(發)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지난 9월 중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25%까지 확대하라고 조언했지만, 최근 이를 15%로 축소했다고 밝혔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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