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가 뇌 질환 중심으로 구축해온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비만 등 전신 질환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잇단 초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회사의 핵심 플랫폼 '그랩바디'를 차세대 대사질환 치료 영역으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1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업 간담회에서 "그동안 그랩바디 플랫폼은 주로 중추신경계(CNS) 치료제를 위한 BBB(뇌혈관장벽) 셔틀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이번 일라이 릴리와의 계약을 계기로 근육, 비만 등 전신 적응증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응증 확장은 회사의 미션"이라며 "CNS를 넘어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랩바디는 약물을 원하는 조직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이중항체 기반 기술이다. 특히 BBB 통과가 어려운 기존 항체·단백질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그랩바디-B'는 IGF1R(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수용체)을 이용해 약물을 뇌로 직접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주 일라이 릴리와 최대 25억6200만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그랩바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릴리는 이와 별도로 약 2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올해 4월에는 GSK와도 최대 4조원 규모의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했다.
회사는 플랫폼 사업 외에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중항체·항체약물접합체(ADC)인 ABL206·ABL209는 내년 1분기 미국 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예정이다. 두 후보물질은 서로 다른 항원을 인식하는 이중항체에 페이로드(약물)를 결합한 형태로, 단일항체 ADC보다 암세포 표적 정확도가 높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담도암 신약 ABL001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권리는 미국 컴퍼스 테라퓨틱스가 보유하고 있으며,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를 FDA 가속 승인 대상으로 추진 중이다. ABL001은 2차 치료제로 개발되는 이중항체 신약으로, 면역항암제 병용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이 대표는 "릴리 등 글로벌 파트너의 전략적 투자를 계기로 플랫폼 기술 확장과 자체 파이프라인 진척, 추가 대형 기술이전 등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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