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7년만에 전무님 승진…식품업계, 오너3세 전진배치

삼양·SPC 등 식품사, 2026 인사서 오너 3세 전진 배치
불닭 글로벌 성장·파리바게뜨 해외 확장 등 3세 성과 승진
전병우·허진수·허희수 등 30~40대 경영 전면 등장

국내 주요 식품기업이 올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 통해 오너 3세를 승진시켜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해외 시장에서 K-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피'를 앞세워 글로벌 공략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18일 식품업계를 종합하면 올해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전면 등판'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며 경영 전면에 세웠다.

입사 7년만에 전무님 승진…식품업계, 오너3세 전진배치

1994년생인 전 전무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장남이자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으로, 젊은세대 임원 중에서도 빠르게 경영 보폭을 넓혀온 인물이다. 2019년 콜롬비아대 철학과 졸업 후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했고, 이듬해 이사 승진해 2023년 상무 승진을 거치며 해외전략·경영관리·전략기획·신사업 등 주요 사업군을 넓게 경험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전 전무는 불닭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사업 확장을 총괄하며 매출 성장의 큰 축을 담당했다"며 "특히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직접 챙기며 글로벌 생산 인프라 구축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불닭은 미국·동남아·유럽 등지에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으며 삼양식품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SPC그룹도 올해 정기 인사에서 오너 3세를 핵심에 전면 배치했다. 지난달 발표된 2026년 인사에서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은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그룹의 중장기 전략 축이 형제간 투톱 체제로 재정비된 셈이다.

허진수 부회장은 2022년 사장에 오른 뒤 3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북미·동남아 등 글로벌 생산·물류 거점 확대를 직접 추진하며 해외사업 재편을 이끌어왔다. 파리바게뜨의 현지화 전략과 제빵 공장 효율화 등이 그의 성과로 꼽힌다.


허희수 사장은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브랜드 재정비에 집중해왔다. 신제품 기획, 디지털 전환 등 조직 내 구조 개선 작업을 주도하며 그룹 체질 개선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SPC는 글로벌·가맹·브랜드 사업이 얽힌 회사여서 3세 간 역할 분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동반 승진은 경영 안정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양식품 밀양공장 내부 외포장실. 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 밀양공장 내부 외포장실. 삼양식품 제공.

작년 승진자들…식품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3세 경영'

세대교체 흐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올해도 단기간에 승진 대상에 오를 '스피드 승진형 3세'가 등장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담철곤 회장·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장남 담서원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2021년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1년 5개월 만에 상무, 다시 2년 만에 전무로 오른 사례다. 담 전무는 사업 전략·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며 그룹의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조율하고 있다.


농심에서는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이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했다. 1993년생인 신 전무는 2019년 사원 입사 후 2022년 상무까지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미래 식품 기술·대체식품 개발 등을 연구하며 농심의 '넥스트 신라면'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장녀인 신수정 상무도 지난해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승진했다. 주스 브랜드 '웰치'를 맡아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식품기업과의 협업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CJ그룹 역시 변화가 있었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지난 8월 지주사로 복귀해 새로 신설되는 미래기획실을 이끌고 있다. 6년 만의 지주사 복귀로, 그룹 차원의 성장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매일유업에서도 김정완 회장의 장남 김오영 상무가 지난해 4월 전무로 승진했다. 생산·물류 혁신을 중심으로 경영관리 기반을 다져왔으며, 친환경 패키징·유기농 제품군 확대 등 ESG 경영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장에서 시작하는 3세들'…수업 방식 달라졌다

올해 식품업계에서 주목되는 변화는 오너 3세의 실무형 경영수업 강화다. 예전처럼 입사 즉시 임원으로 직행하는 방식이 줄고, 실무 조직에서 경험을 쌓은 뒤 경영에 참여하는 '현장형 경영수업'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오뚜기에서 함영준 회장의 장남 함윤식 부장은 마케팅실에서 소스·냉동 냉장 제품군을 담당하며 제품 전략·기획·유통 전반을 실무자와 함께 경험하고 있다. 신규 제품 콘셉트 도출,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 채널 전략 등 현장 과정을 모두 거치며 경영 감각을 쌓는 중이다. 1991년생인 그는 2021년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관리 차장을 거쳤다.


동원그룹의 김재철 명예회장 손자이자 김남정 회장의 장남 김동찬 사원도 현장형 수업을 택했다. 지난해 말 공개채용을 통해 동원산업에 입사해 해양수산사업부에서 신입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운항 운영과 글로벌 수산 공급망 관리 등 핵심 사업 구조를 직접 배우는 방식이다.


식품업계는 내수 시장의 성장 둔화, 해외 시장 확장 경쟁, 건강·친환경 트렌드 강화 등 다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젊은 세대 중심의 소비 트렌드는 변화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빠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식품 기업이 오너 3세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빠른 실행력'과 '디지털 감각'을 갖춘 젊은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2026년 식품업계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향후 10년을 보는 체질 전환에 가깝다"며 "오너 3세의 경영 성과가 각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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