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왔다."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딥시크(DeepSeek)’ 애플리케이션 페이지. A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국제금융협회(IIF) 통계를 인용해 올해 들어 10월까지 외국인의 중국 주식 매수 규모가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IIF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 주식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506억달러(약 73조64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4억달러(약 16조5900억원)와 견줘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FT는 외국인 매수 규모가 팬데믹 충격에서 반등했던 2021년 수준(736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수년간 이어진 외국인의 투자 축소 흐름이 뚜렷하게 반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최근까지 '투자 불가(uninvestable)' 시장으로 여겨졌던 중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2021년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민간기업 규제 강화, 미·중 갈등 심화가 겹치면서 대거 이탈했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국 증시는 정점 대비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의 실각으로 대표되는 민간기업 단속 역시 시장 신뢰를 훼손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알파인 매크로의 얀 왕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2년 전만 해도 많은 투자자에게 중국은 투자가 불가능한 시장으로 여겨졌다"고 했다.
이후 중국 규제당국은 시장 회복을 위해 다양한 개혁 패키지를 잇따라 내놓았으며, 이는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을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을 되돌려놓은 것은 중국 내 인공지능(AI) 열풍과 홍콩 시장의 상장 붐이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생성형 AI 모델 공개로 촉발된 AI 투자 열기, 홍콩 증시의 대형 기업공개(IPO) 등이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조너선 파인스 아시아(일본 제외) 주식책임자는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 대비 역대급 할인된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지만,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일부 영역에서는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면서,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려는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의 전략적 선택도 중국 증시 자금 유입을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다니엘 모리스 수석시장전략가는 "포트폴리오 100%를 나스닥에 넣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다만 FT는 텍사스·인디애나 등 일부 미국 주(州) 연기금이 미·중 관계 악화를 이유로 중국 기업 투자를 철회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중국 증시 반등을 이끈 일등공신은 '개미'였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홍콩 시장에 1조3000억 홍콩달러(약 243조4300억원)를 쏟아부으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홍콩거래소 전체 거래대금의 약 20%를 차지하는 규모다.
스튜어트 럼블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투자책임자는 "올해 중국 증시 강세는 외국인보다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주도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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