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넥타이 매고 李대통령 만난 이재용 "5년간 6만명 채용"…최태원 "용인에만 600조 투자"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 개최
삼성, AI 데이터센터 "수도권 밖 원칙"
SK "연 1만 4000~2만명 고용 효과"
현대차 "2030년까지 국내 125조 투자…친환경차 수출 2.5배로"
LG "5년 100조 투자…60% 소재·부품·장비에"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 이후 이틀만인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재계 총수들과 만나 "대외 위기를 국내 투자·고용 확대와 산업 도약의 기회로 만들자"고 주문하자, 삼성·SK·현대차·LG·HD현대·셀트리온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수백조 원대 투자와 대규모 채용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화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서 "관세 협상 타결로 기업들이 크게 안도하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님 정말 노고가 많으셨다"며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작업에도 차질이 없도록 정부와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부에서 국내 산업 투자가 줄어들지 걱정하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삼성은 국내 투자 확대,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중소·벤처기업과의 상생에 더 노력하겠다"며 "지난 9월 약속했던 대로 향후 5년간 6만 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국내 시설 투자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해선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저희가 짓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 짓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외교력·국방력·K-컬처 같은 문화 자산에 더해 산업 경쟁력이 국력을 키우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삼성은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 "용인만 600조 투자 여지…연 1만 4000~2만명 고용 효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통령님의 신중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협상을 완전히 잘 마무리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며 "관세 협상과 APEC 준비가 겹쳐 조마조마했는데, 협상이 잘 타결돼 APEC 성공으로도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부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부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회장은 "원래 2028년까지 128조 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지만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로 투자비가 계속 늘고 있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놓고 봐도 앞으로 600조 원 정도 규모의 투자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요와의 조율에 따라 시기가 얼마나 빨라질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고용과 관련해 그는 "SK는 매년 8000명 이상 채용을 유지해 왔고, 반도체 팹(Fab)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2000명 이상 추가 고용이 발생한다"며 "팹 건설 속도가 빨라지면 2029년까지 매년 1만4000명에서 2만 명까지 고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트리니티 팹' 구축, 엔비디아·AWS·지멘스와의 협력을 언급하며 "제조 AI와 AI 팩토리, 전국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을 통해 국내 첨단 산업 생태계와 지방 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국내 125조 투자…친환경차 수출 2.5배로 확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성공적인 APEC 개최와 한미 협상 타결로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해 주신 대통령님과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관세협상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경쟁력을 보강하면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26~2030년 5년간 국내에서 125조 원, 연간 25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 정 회장은 "기존 2025~2029년 116조 원 계획보다 8조2000억 원 늘어난 금액"이라며 "국내 R&D 및 기존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에 39조 원, SDV·AI·반도체·수소에너지 등 미래 신사업에 50조 원, 생산 설비와 제조 환경 변화 대응에 36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주행·자율제조·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로봇 완제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을 추진하겠다"며 "서남 해안권에는 수전해 플랜트를 세워 그린수소 생산과 신재생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수소·AI 시티 조성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7200명을 채용했고, 내년에는 1만 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미 관세 15%로 인한 수출 감소와 국내 생산 위축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수출 지역 다변화와 국내 공장 전기차 전용 라인 신설을 통해 완성차 수출을 2030년까지 현재 218만 대에서 247만 대로, 전기·하이브리드·수소차 등 친환경차 수출을 69만 대에서 176만 대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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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5년 100조 투자…60%를 소재·부품·장비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협상 과정을 끝까지 이끌어 주신 정부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한미 관세 협상으로 오랜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됐고, 이제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미국·EU·중남미·인도 등 각국이 규제·관세 정책으로 자국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향후 5년간 예정된 국내 투자 100조 원 중 60%를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 전반에 AI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협력업체의 설비 자동화·AI 적용 노하우를 전수해 생산성을 높여온 만큼,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더 확산해 국내 산업 생태계의 질적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조선·방산·바이오 "대미 협력+국내 투자 두 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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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미 관세 및 안보 협상의 성공적 타결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아태지역 안보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필리 조선소에 약 50억 달러(7조 원 이상)를 투자하고 추가 조선소 인수·신규 건설을 추진 중이라며 "이는 국내 생산 기반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조선·기자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국내 조선·방산 분야에만 향후 5년간 약 11조 원을 투자해 협력업체 매출을 2024년 9조 원에서 2030년 21조 원으로 2.3배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미국 조선산업 재건은 한 정부의 과제를 넘어 장기간 지속될 이슈"라며 "중국 조선 지배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HD현대는 미국 서버러스캐피털과 50억 달러 규모 '마리타임 펀드'를 조성해 조선소 인수·업그레이드, 첨단 선박 개발, 공급망 확충 등을 추진하고, 헌팅턴잉글스·에디슨 슈이스트·안두릴·지멘스 등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방산 분야 미국 내 규제 완화가 중요한 과제"라며 "국내에선 방산·에너지·로봇·조선해양 분야에 향후 5년간 15조 원 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전남 대불산단 스마트조선소와 해남 솔라시도 AI 데이터센터 연계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 분야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번 협상을 지켜보며 대통령님의 배짱과 뚝심을 다시 느꼈다"며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에만 2조 원 정도 투자가 들어가고, 국내에선 송도·오창·예산에 3년간 4조 원을 시설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과 함께 조성한 5000억 원 규모 펀드를 1조 원까지 키우고, 내후년쯤 연간 R&D 비용을 1조 원 이상으로 늘리겠다"며 "제약·바이오 규제는 완화가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방향으로 조정해 달라"고 제안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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