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초풍, 말도 안 되는 협상안이었다"…대통령실 3실장이 겪은 '한미 협상' 막전막후

강훈식·김용범·위성락 실장이 전하는 한미 협상 후일담, 유튜브 영상 공개
경주 정상회담 前 한미 협상단 모두 긴장감 최고조
"美측, 협상 난항에 엄청 화내"…"끝까지 사투"
23차례 장관급 회담 거쳐…"가장 완강했던 건 이재명 대통령"

"기절초풍이라고 해야 할지...진짜 말도 안 되는 안이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4일 밤 유튜브에 공개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후일담을 통해 지난 8월 워싱턴DC에서 있었던 첫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측이 보내온 세부 협상안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7월 30일 한미 양국은 큰 틀에서 합의하고 첫 정상회담에 임했지만, 이후 미국이 제시한 세부 협상안은 앞서 논의했던 방향과 크게 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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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아, 아 올해가 을사년(乙巳年)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일본의 강압으로 맺어진 '을사늑약'이 체결됐던 1905년을 떠올린 것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내용은 터무니없었고 협상 난이도도 높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경주 정상회담을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타결 직전까지) 완전 최악이었다"며 "미국 측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경주)에 오는데 우리와 입장이 안 좁혀지니 엄청 화를 냈고,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도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적어도 감내가 가능한 안을 위해 끝까지 사투했고 강경하게 마지막까지 대치했다. 더는 양보가 안 된다'는 우리의 선이 있었다"고 했다.


'케미폭발 대통령실 3실장'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해당 영상은 한미 통상·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 이후 공개됐다.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 전후 협상 상황을 소개하기 위해 김 실장을 포함해 강훈식 비서실장·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모두 등판했으나, 조인트 팩트시트 최종 도출을 위해 한미 협상단 간 조율이 지속됐던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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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실장은 경주 정상회담 앞으로 몇시간 앞두고 타결 직전까지 긴장감은 최고조였다며 타결되고 나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고 회상했다. 특히 그는 한미 양국이 23차례나 장관급 회담을 했을 정도로 치열했고, 협상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완강했다고 전했다.

그는 "긴장감이 극대화돼있었고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끝나고 긴장이 탁 풀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실장과 안보실장은 주로 진척이 있는 것에 대해 설득을 하는 편이었고, 제가 가장 완강한 입장에 서 있었다"면서 "(저보다) 더 완강한 건 대통령이었다"라고 했다.


안보 분야 협상을 책임진 위 실장은 "주요 플레이어들이 마지막 순간에 입장을 재고하고 상대를 배려해 물러섰다"면서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었던 배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대처를 잘했고, 참모들도 지혜를 모아 대처 방안을 잘 궁리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잘 됐다"고 평가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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