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시세반영률을 올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내년까지 진행할 연구용역을 거쳐 시세 반영 방식을 새로 짜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집값 급등으로 인해 강남 3구 등 주요 지역의 보유세 부담은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13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심의하고 의결했다. 시세반영률은 올해와 같이 공동주택 69.0%, 표준주택 53.6%, 표준지 65.5%를 적용한다.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쓰는 반영률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정한 현실화율에 따라 점차 높아져 원래대로라면 80.9%, 70.0%, 83.9%를 적용해야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합리화'를 명목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며 반영률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다만 법 개정을 하지 못해, 매해 국토부가 따로 심의를 거쳐 적용할 반영률을 정해왔다.
반영률은 제자리지만, 서울 강남3구 등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연했던 터라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부가 내놓은 주요 단지 보유세 추정자료를 보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뷰 전용 78㎡형 공시가격은 올해 27억2300만원에서 내년 32억8400만원으로 오른다. 지난해 시세 변동률을 올해도 같은 수준으로 가정해 적용한 결과다. 올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1204만원을 냈는데 내년에는 1599만원으로 33%가량 오를 전망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 111㎡형은 내년 공시가격이 43억7800만원으로 26% 정도 오를 전망이다. 이를 전제로 한 보유세는 1858만원에서 2647만원으로 상승한다. 종부세만 700만원 이상 더 부담하게 된다. 송파 잠실엘스 84㎡형의 공시가격은 21억3300만원으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보유세는 582만원에서 712만원으로 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형 공시가격은 15억1100만원으로 보유세는 355만원(전년 대비 23%↑), 용산 한가람아파트 84㎡형은 18억500만원으로, 보유세가 552만원(16%↑)이 될 것으로 국토부는 추정했다.
이러한 추정치는 시세 상승 폭을 지난해 수준으로 적용한 수치다. 올해 상승률이 더 높은 만큼 실제 부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 2주차까지 아파트값 상승률은 7.27%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4.25%였다.
집값이 오른 것에 견줘보면 보유세 증가분은 미미한 편이다. 보유세가 400만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아크로리버뷰 78㎡의 실거래가는 지난해 3월 29억7000만원에서 올해 3월 48억2000만원으로 20억원 가까이 올랐다. 압구정 신현대9차 같은 평형은 보유세가 800만원 가까이 늘어나는데 실거래가는 지난해 11월 49억원에서 올해 11월 72억원으로 상승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공시가격 산정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관련 연구용역은 국토연구원이 맡고 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대략적인 개편 방향이 공개됐다. 현행 '시세×시세반영률' 산정방식을 그대로 가져가되 시세나 시세반영률의 개념을 더 명확하게 정립할 계획이다. 시세는 공시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기초적 시장가치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고, 시세반영률은 공시가격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지표 역할을 한다.
공시가격이 시장가치를 반영하는 게 맞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감안하기로 했다. 시장 가치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고려하기로 했다. 국민 수용성을 감안해 조정 폭은 연간 1.5% 이내로 둘 예정이다. 안정성이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중기 사이클인 5년 단위로 시세반영률을 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시절 확정한 현실화율 계획은 15년짜리 계획이었고, 윤석열 정부처럼 어느 한 시점으로 되돌리는 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세금 부담이 향후 늘어날지, 완화될지 사회적 논의가 매년 시장 상황에 따라 공시가격 관련 여론에 큰 영향을 줘 제도 신뢰성이 떨어졌다"며 "이전에는 장기 목표가 경직적으로 작동했으나 최근에는 구체적 목표설정이 미흡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이 세제는 물론 건강보험·기초생활보험·장학금 등 행정제도 67개에 걸쳐 영향을 주는 만큼 정부는 각계 의견을 듣고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내년 이후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조세저항이 심해질 텐데 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1년 만에 10억원이 올라 거래된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격 한두 건의 데이터를 토대로 과연 그것을 시장 가치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공시가격이 투기를 막고 적정한 가격을 형성해 조세형평을 도모하는 목적을 갖는데 투기수요를 좇아 결정되는 게 적정한지 보다 면밀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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