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저축에 납입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주택도시기금에 '지분'이 있다. 집이나 땅 혹은 어떤 종류의 부동산을 산 적이 있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소유권 이전 등기나 근저당권 설정 때 국민주택채권을 사는데, 이것도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이다. 하다못해 로또로 거둬들인 수익도 일부는 기금으로 향한다.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에게 빌린 돈'이다.
이렇게 모인 기금의 연간 조성·운용 규모는 120조원에 달한다. 부채까지 모두 합한 전체 자산 규모로는 225조원 규모다. 공공자금관리기금·국민연금에 이어 국내 전체 기금 가운데 세 번째로 크다. 특정한 목적이 있는 사업성 기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 자금은 1970~1980년대에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주택난 해소에 쓰였다. 집을 짓거나 내 집 마련의 든든한 밑천이 됐다. 과거 주택보급률을 높이는 등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 배경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금에서 나오는 전세대출의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직접 무주택 서민에게 빌려준 금액에 더해 이차보전 방식을 통해 은행 재원까지 끌어다 쓰면서 지난해 전세대출 가운데 정책자금이 차지하는 규모는 7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전세대출 잔액에서 3분의 1이 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무분별하게 늘어난 전세대출은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고, 국내 주택·부동산 시장에 과잉 유동성을 공급한 한 축으로 지목받는다.
서울 도심의 한 시중은행에 게시돼 있는 전세자금 대출 안내 홍보물. 연합뉴스
전세대출은 실물을 담보하지 않고 자금을 빌려준다는 점에서 일반 대출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를 등에 업은 공적 기관이 내준 보증서를 토대로 대출이 이뤄지기에 공적 성격이 짙다. 시장 전반에 필요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주택도시기금'이라는 공적 재원이 인위적으로 시장에 공급된 경위는 자연스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러한 운용 방향을 짜는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기금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근거에 의해 운용하는지 알기 어렵다. 기금의 명목적인 운용·관리 주체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돼 있으며 기금운용심의회 등 별도 협의체가 있다. 실제로 외부 전문가 등이 관여하는 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외부 감시나 견제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주택도시기금을 연구하는 다수 전문가가 '국토부 쌈짓돈'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다. 아시아경제는 주택도시기금 재출범 10주년(과거 국민주택기금)을 맞아 운용 방식의 적절성을 따지고 개선과제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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