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상화폐 비축 기업(CTC·Crypto Treasury Company)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상화폐 비축은 소규모 소프트웨어 업체였던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개척한 경영 전략이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세일러는 2020년 자신의 회사를 비트코인 투자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해 기업 가치를 크게 올렸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이더리움 가격이 하락하자 스트래티지를 비롯해 그와 비슷한 전략을 취한 기업들 주가가 급락했다.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지난 7월 약 128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지만 최근 700억달러로 하락했다.
그간 시장에서는 가상화폐 비축 기업들의 주가가 보유 기초자산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시장조사 업체 스펙트라 마켓의 브렌트 도널리 대표는 "내게는 (가상화폐 비축의) 개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1달러 지폐를 2달러에 사는 것"이라며 "그 프리미엄은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가격은 친(親)가상화폐 정책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줄곧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에 맞서 대중국 추가 관세를 발표하자 투매가 촉발됐다. 여기에 사상 최장 기록을 쓰고 있는 미 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가상화폐 가격에 악재로 작용했다.
WSJ는 가상화폐 비축 기업 중 다수는 보유한 가상화폐의 가치가 유지되는 한 단기적으로 위기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일부 기업의 경우 주식을 팔아 가상화폐를 사들이기 어려울 수 있고 이는 잠재적으로 가상화폐 가격에 하방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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