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사진)은 2021년 취임 이후 줄곧 '뮤지컬 진흥법' 제정을 위해 힘써왔다. 그는 1996년 제정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진흥법)'이 한국 영화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끈 것처럼 뮤지컬 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도 진흥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었다.
한국 공연 시장에서 대중예술(대중음악 포함)을 제외하면 뮤지컬은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장르다. 지난해 뮤지컬 매출은 4651억원으로, 두 번째로 큰 서양음악(클래식) 장르의 매출 1010억원을 네 배 이상 웃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국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뮤지컬은 주요 공연예술 장르 중 유일하게 진흥법이 없는 장르로 남았다. 가장 큰 공연 장르임에도 여전히 '공연산업진흥법'의 하위 장르로 분류돼 산업 발전에 여러 제약이 따르는 실정이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다행히 올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북미 최고 권위의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하며 대중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뮤지컬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진흥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1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뮤지컬 진흥법을 발의해 현재 계류 중"이라며 "올해 연말쯤 논의와 검토가 이뤄지고 내년 상반기에는 제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흥법에는 뮤지컬 산업 발전을 위해 전담 기구를 지정하고 이를 심의·의결·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할 '뮤지컬산업진흥위원회' 설치가 포함돼 있다. 또한 그는 뮤지컬 전용 극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많은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지만 대극장용 창작 뮤지컬은 연간 1~2편에 불과하다. 이 이사장은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대극장용 창작 뮤지컬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육성하려면 공공성을 갖춘 전용 공연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흥법이 구체적으로 창작 뮤지컬 전용 극장의 설립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한국 뮤지컬 산업을 진흥할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뮤지컬 산업 진흥이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우수한 작품들이 40~50년 동안 꾸준히 공연되며 수익을 내듯 우리도 훌륭한 작품을 개발해 지식재산권(IP)을 수출할 수 있다"며 "이미 40개가 넘는 작품이 중국과 일본 등으로 수출된 만큼 뮤지컬 산업의 성장은 업계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