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한 무상급식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전국에서 수천명의 학생이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는 등 식중독 사고가 잇따르면서 무리한 정책 추진이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인도네시아가 대대적인 무상급식 프로그램 시작한 가운데 식중독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상급식 프로그램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올해 1월 영양실조와 발육 부진을 해소하겠다며 내세운 정책이다. 인도네시아 국가영양청(BGN)에 따르면 이 정책에는 3조2000억 파운드(6조1135억원)가 투입됐으며 매일 3900만명의 학생·영유아·임산부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연말까지 8300만명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행 이후 수천명이 정부가 제공한 급식을 먹고 식중독 증세를 보이면서 '아동 안전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각지에서 구더기가 낀 템페(콩 발효식품), 유리조각이 든 밥, 오염된 물로 세척된 식판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졌고, 학부모 단체들은 집단 항의에 나섰다.
비정부기구 '인도네시아 교육감시네트워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만5000건 이상의 식중독이 발생했다. 서자바 치퐁코르 지역에서는 지난 9월에만 1300여명의 아동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영양학자 탄 숏 옌 박사는 "정부가 대상 인원 확대에만 몰두한 나머지 아이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살모넬라나 대장균 오염이 방치될 경우 풍토병처럼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정부는 식중독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10억끼 이상 제공한 급식 중 식중독 비율은 0.0017%로 자랑할 만한 성과"라며 사태를 축소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하자 식품 위생 강화를 위한 새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대책을 발표했다. BGN은 위생 점검과 교육을 강화하고 내년까지 조리시설을 3만2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단 힌다야나 청장은 "궁극적 목표는 '제로 사고'"라며 "위생 관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뒤늦은 대응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전략개발이니셔티브 센터의 디아 사미나르시 대표는 "서자바에서는 한 주방이 3500명분을 담당한다"며 "그런 환경에서 영양사가 품질을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 방문 연구원이나 인도네시아 정치 연구자 마데 수프리아트마는 "프라보워 정부의 100일 성과 과제로 추진된 이 사업이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왔다"고 짚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개선 조치에 나섰지만 불신은 여전하다. 자녀의 식중독을 겪은 한 학부모는 "이제는 다른 부모와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며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