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정감사가 치열한 논쟁도, 건설적인 대안 제시도 없는 '맹탕 국감'이라는 오명 속에 끝이 났다. '역대 최악' 'F 학점'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혹평을 인색한 평가라고 여기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7일 아시아경제가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을 이용해 전수 조사한 바에 따르면 끈질긴 국감의 상징과도 같았던 밤샘 국감이 사라진, 이른바 '칼퇴' 국감이었다. 전체 국감 시간도 예년과 비교할 때 짧았다.
지난해(2024년) 국감의 경우 자정 넘어 진행한 사례는 모두 11차례였다. 지난해 11월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감은 새벽 2시43분까지 이어진 뒤 끝났다. 10월8일 교육부 국감은 새벽 2시17분에 종료됐다. 하지만 올해는 자정을 넘긴 사례가 7차례에 불과하다. 국감이 끝난 시간도 0시53분에 마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정 직후 마쳤다. 6일 운영위 국감도 늦은 밤까지 이어졌지만 종료 시간은 자정을 1분 넘긴 0시1분이었다.
흐름 변화의 1차적 원인은 국감 시간 총량 자체가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일반 상임위원회는 물론 운영위 등 겸직 상임위원회를 포함해 모든 상임위에서 국감 기간 832시간(영상회의록시스템 기준) 동안 감사를 진행했다. 반면 올해(2025년) 국감은 모두 750시간 진행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국감에 비해 9.86%, 10분의 1가량 국감 시간이 짧아진 셈이다. 오후 6~7시면 마무리되는 '칼퇴형 국감'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올해의 정쟁 국감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은 법제사법위원회와 과방위다. 법사위는 조희대 대법원장·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증인 채택 여부 등을 놓고 여야가 부딪쳤다. 고성과 인신공격이 오가는 등 국감은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했다. 과방위는 최민희 위원장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으로 격한 공방을 벌였다. 법사위·과방위 이슈에 관심이 쏠리면서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과 보좌진은 의욕 부진을 토로했다.
수준 낮은 언행은 국감 내내 논란의 초점이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국감에서는 여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가 싸놓은 똥을 치워야 되는 입장"이라고 발언하자, 야당 의원은 "이재명 정부도 똥을 싸고 있어 지금!"이라고 맞받아쳤다. 국감 마지막 날, 운영위 국감까지 정쟁과 몸싸움은 이어졌다. 시작한 지 1시간이 채 안 돼 정회했던 운영위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기헌 민주당 의원의 충돌을 낳았다. 국감장을 나서던 두 의원은 '배치기 논란'으로 번지면서 입방아에 올랐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5.10.23 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올해 국감에 대해 시민단체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역대 최악의 저질"이라며 F학점을 매겼다. 국감 모니터링을 진행한 27년 동안 F학점을 준 것은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다. 홍금애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통화에서 "지난해(D-)에 이어 올해도 국회가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모니터단이 학점제 평가를 도입한 2007년부터 올해까지 19년간 B학점 1번, C학점 9번, D학점 7번, F학점 2번 등의 평가가 나왔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이번 국감처럼 상대방 말이 옳아도 무조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국회가 국감을 반복할수록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사무총장은 ▲의원들의 준비 부족 ▲시민사회와 언론의 감시 약화 ▲제도적 한계가 맞물려 국감의 본질을 흐린다고 분석했다. 그는 "의원들이 준비 없이 국감에 임하는 모습은 공부하지 않은 학생이 시험 시간에 떠드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시민사회와 언론이 정책 질의에 집중한 의원을 충분히 조명하지 않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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