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목표 완화" 업계 요구 끝내 외면한 정부…'50% 감축 마지노선'

6일 최종 공청회…50%대 유력
車·부품업계, 생태계 붕괴 우려 확산
"NDC서 무공해차 의존도 너무 높아"
"하이브리드도 무공해차 포함 대안"

정부가 2035년까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 50% 이상 줄이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5년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는데, 조만간 목표치를 확정해 이달 중 유엔(UN)에 낼 방침이다. 탄소배출에 민감한 완성차와 부품업계를 포함한 산업계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라며 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한 막판 설득에 나섰다.


5일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NDC 목표를 정하기 위해 6일 최종 공청회를 개최한다. 정부가 앞서 공개한 시나리오에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8% ▲53% ▲61% ▲65% 등 네 가지 감축안이 담겼다. 이 가운데 50%대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부처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50%가 마지노선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60%대 감축을 제안했고 산업통상부 등 산업계 입장을 많이 반영한 경제부처에서도 50%대 초반을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는 정부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낮은 40%대 후반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53%안 적용해도 무공해차 952만대 필요

완성차 업계가 우려하는 건 목표를 과도하게 높일 경우 관련 업계가 받을 충격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선 내연기관차는 물론 하이브리드(HEV) 차량도 보급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사실상 내연기관차 퇴출 수준의 과도한 목표라는 입장이다. 부품산업 구조조정과 대규모 고용감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또 과도기적인 기술로 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를 한시적으로라도 무공해차에 포함해달라고 주장한다.


정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인 53% 감축안을 적용해도 2030년까지 무공해차 누적 등록 대수는 952만대(비중 34%)에 달해야 한다. 현재(2024년) 누적 등록 대수는 72만여대(2.7%)에 그친다. 당장 2030년까지 매년 약 146만대의 전기·수소차를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연간 내수 판매량(162만대)의 90% 이상이다. 업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라고 지적한다.

이미 확정된 2030년 NDC 목표 달성(450만대)도 쉽지 않다. 2021년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를 40%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상황을 보면 달성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최근 3년 전부터 국내 전기차 판매는 역성장하고 있다. 2028년부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제조사에 차량 1대당 최대 300만원의 기여금이 부과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탄소배출목표 완화" 업계 요구 끝내 외면한 정부…'50% 감축 마지노선'
日, 하이브리드도 무공해차 포함하는데…

업계는 무공해차 범위를 확대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HEV나 e-퓨얼 등 다양한 수송 에너지원을 NDC 목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HEV를 정책 범위에 넣어야 산업 주도권을 지키며 국내 부품 생태계 붕괴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주요 시장 올해 1~9월 HEV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주요 브랜드 중에서 현대차·기아의 HEV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급성장하는 미국 HEV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H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5% 증가하며 같은 기간 도요타(32.9%)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도 HEV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9월 국내 HEV 판매는 42만6186대로 내연기관(42만5373대) 판매량을 넘어섰다. HEV가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내연기관(41%)과 동일했으며 순수전기차(EV) 대비 판매량(16만9735대)과 비중(16%) 모두 2.5배에 달했다.


"탄소배출목표 완화" 업계 요구 끝내 외면한 정부…'50% 감축 마지노선'

미국, 일본 등 자동차를 생산하는 주요 국가에서도 무공해차 인정 범위를 넓히거나 감축 목표치를 낮추는 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가 기대만큼 팔리지 않을뿐더러 충전 인프라 부족과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등을 감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2035년 탄소중립 목표를 사실상 무효화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규제를 재검토하고 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 등 완성차 생산국들은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강행에 반대하고 있어, EU의 2035 NDC 제출도 미뤄지고 있다. 일본 역시 2035년 '100% 전동화' 목표를 선언했지만 전기차뿐 아니라 HEV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자동차 등 수송 부문에만 탄소감축 부담이 집중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수송 부문에서도 물류·교통 정책 등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일 수도 있고 산업·건설·농축산업 등 다양한 분야가 균형 있게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소배출목표 완화" 업계 요구 끝내 외면한 정부…'50% 감축 마지노선'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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