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껫행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사면 1장 더 드립니다."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던 해외여행 수요가 조정을 거치며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 그 여파로 비즈니스석이 이코노미석 수준의 가격에 거래되는 '가격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모 여행사에서는 한 국적 항공사의 푸껫행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권을 10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1+1'로 판매 중이다. 업계는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항공권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항공권 가격이 잇따라 급락하면서 업계에서는 "해외여행 수요가 둔화한 신호"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괌을 오가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왕복 항공권은 10만 원대에 거래되고, 미주 노선조차 풀서비스 캐리어(FSC)임에도 4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일부 노선에서는 출혈 경쟁이 이미 현실화한 모습이다.
여행사 예매 사이트를 보면 A 항공의 부산-괌 노선과 B 항공의 인천-괌 노선이 10만 원 초반대, J 항공의 부산-괌 노선은 10만 원 중반대에 판매 중이다. 미주 노선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시애틀 노선에 취항한 외항사 H 항공의 왕복 항공권은 40만 원 후반대에 거래됐으며, 국적기 K 항공과 또 다른 외항사 U 항공 역시 50만 원 후반대에 판매했다. 불과 1년 전 미 서부 노선이 100만 원을 넘겼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다만 이런 가격은 상시 판매가 아니라, 항공사나 여행사가 미판매 좌석을 '막바지 할인' 형태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해외여행 수요가 다소 둔화하면서 항공사들이 재고 좌석을 소진하기 위해 초특가 프로모션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며 "유류할증료 인하와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항공사 수익성 악화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소비자들은 꼼꼼히 살펴보고 옥석을 가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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