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과 반포동, 잠실동, 일원동 등 소위 '강남 3구'에 속하는 지역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처방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가가 밀집한 곳일수록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ADHD 치료제가 오남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 급여 적정성 분석 및 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메틸페니데이트' 사용량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고 3일 밝혔다.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의 주요 치료제로, 의사 처방 아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돼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하지만 상당수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일명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 '집중력 높여주는 약' 등으로 잘못 알려져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건수는 258만7920건으로, 2007년 48만8372건과 비교해 5.3배 규모로 급증했다. 처방받은 환자 수도 2007년 8만2221명에서 작년 32만6748명으로 4배 늘었다.
특히 처방 건수와 실인원을 보면 연령별로는 10대에서, 소득 수준별로는 5분위(고소득)에서 가장 많았다.
소득과 교육열이 높다고 알려진 지역에서 처방이 집중되는 경향도 확인됐다. 시·군·구별 처방은 지난해 기준 서울 강남, 서울 서초, 성남 분당, 서울 송파, 서울 용산이 상위 1~5위를 차지했다. 상위 20위 내 수도권 외 지역은 대구 수성구(18위) 한 곳뿐이었다.
서울시만 놓고 보면 2019년부터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가 서울 시내 ADHD 치료제 처방 1~3위 자리를 연속 유지하고 있다. 이를 다시 동별로 보면 작년 기준 인구 대비 처방이 많이 이루어진 곳은 대치동, 반포동, 잠실동, 일원동 등이었다. 처방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높고 학원가와 밀집된 곳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게 건보공단의 분석이다.
이번 연구를 맡은 노연숙 건보공단 빅데이터융합연구부장은 "공부 잘하는 약, 면접약 등 사회적 성취와 관계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약물 의존 경향성이 강화되고 있어 정신과 약물 사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노 연구부장은 또 "최근엔 소아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의 메틸페니데이트 사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성인 환자의 경우 다른 정신과 공존질환 여부를 고려한 약제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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