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사고가 어린이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보험금 청구서에서 '전동킥보드'란 단어를 빼고 '넘어져서 다침'으로 기재해 병원비 274만845원을 받은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보험사가 이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행위으로 보고 보험설계사를 상대로 형사 고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들의 행위를 '기망행위'로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보험설계사 2명과 전동킥보드로 다친 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사건의 항소심 무죄 판단을 깼다.
이 사건은 2021년 한 아이가 전동킥보드를 타다 도로에서 넘어져 골절상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아이의 어머니는 2019년 5월 메리츠화재의 실손의료비 어린이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해당 보험은 '이륜자동차를 계속 사용할 경우 이를 보험사에 알리고, 이륜차로 인한 우발적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어머니와 보험설계사들은 2021년 12월 28일 상해 원인을 '넘어져서 다침'으로 기재하고, 응급초진차트 중 '전동킥보드 사고'로 적힌 부분을 제외한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했다. 이후 상해입원치료비 76만6381원, 비급여주사비 38만4464원, 수술비 159만원 등 총 274만845원을 지급받았다.
1심은 보험설계사와 고객이 전동킥보드 사고가 보상 제외 대상임을 알면서도 사고 내용을 조작해 보험금을 받기로 공모했다며 보험설계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보험사의 약관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봤다. "'이륜자동차 운전 시 사고'만 불보장한다고 설명했을 뿐, 전동킥보드 운전 중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보험가입자가 보험사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다시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이륜자동차나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 사용할 경우 회사에 알리도록 하고, 운전 중 발생한 상해사고는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피고인들이 사고 원인을 허위로 기재하고 진료차트를 누락한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속임수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기망행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는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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