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 이후 다수의 한국 기업이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철회하거나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매체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한국 기업 중 최소 2개 사가 미국 내 계획했던 투자 프로젝트를 철회했고, 최소 4개 사가 일시 중단했던 대미 투자의 보류 기간을 연장했다. WP는 미국 주재 컨설턴트와 변호사 등 복수의 업계 관계자를 통해 해당 내용을 파악했다. 컨설턴트와 변호사들은 고객과의 사업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대미 투자를 철회하거나 보류한 해당 기업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WP는 미국 상공회의소 산하 미국-한국 경제 협의회 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의 말을 인용하며 "한 한국 기업이 미국 내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었으나,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우려해 결국 한국에서 공장을 확장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이민 당국은 지난 9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300명 이상의 한국인 노동자를 구금했으며 노동자들은 정부 간 협상 끝에 구금 7일 만에 석방됐다.
이번 사건은 한국과 미국 간 경제 협력의 상징적 현장에서 벌어진 만큼 대규모 대미 투자에 치명적 불확실성을 남겼다. 이후 한미 양국은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합의했지만, 이민 단속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WP는 투자 위축의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새로운 비자 규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바 있다.
국제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인트라링크의 조너선 클리브 한국 대표는 "직원들이 미국 파견을 꺼리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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