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영남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피해를 본 나무는 약 413만그루다. 특히 올 한해에만 전체의 35%인 148만6338그루에서 이 병이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약 186만그루), 경남(약 90만그루), 울산(약 35만그루) 등 영남권에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확산 속도도 심각하다. 최근 5년간 재선충병 발생 건수는 약 4.8배(30만→148만)나 늘었다. 지역별로는 대구 24배(3136→7만5758), 충남 16배(326→5331), 광주 12배(280→3432) 등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소나무재선충병을 막기 위한 예산은 2배로 늘었지만 피해는 되레 4배로 증가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선충병 방제예산은 2022년 504억원에서 2025년 1008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재선충병 피해를 본 소나무는 38만그루에서 149만그루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방제 비용 부담도 급증했다. 매년 5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집계된 방제비는 2021년 761억원, 2022년 680억원, 2023년 1205억원, 2024년 1207억원, 2025년 2051억원으로, 최근 5년간 총 5903억원가량의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우리나라는 감염 목만 제거하는 '점(点) 단위' 사후 처리에 머물고 방제 기간도 9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면서 "즉각 총리 직속 범정부 재선충병 위기 대응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선제적 방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해송·잣나무 등 소나무류에 침입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나무를 고사시키는 병해충이다. 치료 약이 없어 일단 감염되면 무조건 말라 죽는다. 현재로서는 감염된 나무를 모두 베거나 주사 처리로 확산을 막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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