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노를 산 온타리오주의 '반(反) 관세 광고'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1일 한국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후 기자들에게 "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총리로서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함께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 경영자(CEO) 서밋에서 정상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카니 총리는 문제의 광고를 방영 전 먼저 본 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에게 광고를 내보내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광고 송출에 대해 "내가 하지는 않았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의 사과는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잠시 만났을 때 비공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준비될 때 무역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타리오주는 지난달 16일 문제의 광고를 공개했다. 이 광고에는 관세가 장기적으로 미국인들의 삶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주장이 담겼다. 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미국 제품과 일자리를 보호하는 애국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고 잠깐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이 타격을 받고 기업이 무너지며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더구나 이 광고의 마지막 부분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등장해 마치 그가 이런 말을 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광고에 사용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음성은 그가 1987년 4월25일 한 연설에서 나온 것으로, 당시 그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신념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광고를 문제 삼아 캐나다와의 모든 무역 협상을 즉각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가 로널드 레이건(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담긴 광고, 즉 거짓 광고를 기만적으로 사용했다고 로널드 레이건 재단이 방금 발표했다"며 캐나다가 미국 대법원을 비롯한 법원의 결정에 개입해 영향을 주기 위해 그런 광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또 캐나다에 관세를 추가로 10% 더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온타리오주는 광고를 중단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참석 등을 위한 아시아 순방 기간 내내 캐나다와의 협상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기내에서도 기자들에게 카니 총리에게서 사과받은 사실을 언급했지만, 협상 재개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카니 총리)를 매우 좋아하지만, 그들이 한 일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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