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물 내리며 사용 가능"…101kg 황금 변기, 경매 시작가 140억원

예술과 상업적 가치 충돌 표현한 카텔란 작품
소더비 전시…실제 사용은 불가

이탈리아 현대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황금 변기 조각품 '아메리카'가 오는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다. 작품은 18K 금 약 101.2㎏으로 제작된 실물 크기의 변기로, 약 1000만달러(한화 약 140억원)부터 경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경매회사 소더비는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조각품 ‘아메리카’가 11월18일 뉴욕에서 경매에 부쳐진다고 발표했다. 소더비

경매회사 소더비는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조각품 ‘아메리카’가 11월18일 뉴욕에서 경매에 부쳐진다고 발표했다. 소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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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는 3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작품은 예술적 창작과 상업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대한 예리한 논평"이라며 출품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아메리카'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 가능한 기능을 갖춘 변기로, 2019년 영국 블렌하임궁 전시 중 도난당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뉴욕 소더비 현대미술부 책임자 데이비드 갤퍼린은 "카텔란은 예술계의 완벽한 도발자"라고 평가하며 "그의 작업은 언제나 예술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카텔란은 부의 과시와 사회적 위선을 풍자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200달러짜리 점심을 먹든 2달러짜리 핫도그를 먹든, 결국 결과는 같다"고 말하며 '아메리카'의 풍자적 의도를 설명했다.


이 작품은 2016년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이번에 경매에 오르는 것은 2017년부터 익명의 개인 수집가가 보유해 온 두 번째 버전으로, 11월 8일부터 경매 전까지 뉴욕 소더비 본사 브루어 빌딩 내 욕실에 전시된다. 다만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은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지만 실제로 물을 내릴 수는 없다.


첫 번째 버전은 2016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화장실에서 전시되며 약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당시 미술관은 작품을 실제 배관 시스템에 연결해, 관람객들이 3분간 예약을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구겐하임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반 고흐의 그림을 대여해 달라고 요청하자, 대신 이 황금변기를 제안해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2019년 블렌하임궁 전시 중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서 작품은 사라졌다. 이후 두 명의 남성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변기 본체는 끝내 회수되지 않았다. 영국 수사당국은 "작품이 해체돼 녹아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더비 측은 이번 경매에서의 예상 낙찰가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추정은 피했다. 다만 갤퍼린은 "카텔란의 바나나 테이프 작품 '코미디언'이 '무형의 가치가 예술을 통해 얼마만큼 실체화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아메리카'는 그 반대편에서 실질적 가치를 지닌 예술이 어떻게 개념적 메시지를 품을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 시작가가 18K 금 101.2㎏의 원재료 가치(약 143억원)와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즉, 이번 소더비 경매는 예술적 의미와 함께 '예술이 물질적 가치와 어떻게 교차할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텔란은 이전에도 예술계를 뒤흔든 여러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벽에 덕트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인 설치작품 '코미디언'은 지난해 뉴욕 경매에서 620만달러(약 88억원)에 낙찰됐고, 무릎을 꿇은 히틀러의 조각상 '그(Him)'는 201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720만달러(약 245억원)에 팔렸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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