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제질서 위기, 협력·연대가 해답"…'경주 선언' 협상은 난항 (종합) [경주APEC]

초청국과 비공식 대화 주재
21개국 정상·IMF 총재 등 참석
내일 경주선언 발표에 주목

李대통령, 각국 정상 영접…시진핑 주석 마지막으로 도착
대통령실, 시 주석에 '황남빵' 전달…시 주석 "황남빵 맛있게 먹었다" 화답하기도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경주 화백컨센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무역·투자 활성화 동력이 떨어지는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며 협력과 연대를 통해 공동번영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내놓을 경주 선언에 '자유 무역' 문구를 넣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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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자유무역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무역·투자 활성화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며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명은 전례 없는 위기이자 동시에 전례 없는 가능성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2020년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푸트라자야 비전 2040' 정신도 이어받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그리고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이번 정상회의 주제는 '푸트라자야 비전 2040'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화백컨벤션센터'를 유래를 언급하며, 화백 정신은 일치단결한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며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첫 번째 세션인 초청국과의 비공식 대화를 주재했다. 세션에는 APEC 21개 회원의 정상들을 포함해 칼리드 빈 무함마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자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참석했다. 세션 주제는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Towards a More Connected, Resilient Region and Beyond)'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회복력 있는 경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들이 의제로 올랐다. 세션은 참석 정상들이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비공식 대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세션에서 ▲무역·투자 촉진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경제적 연결성 강화 ▲민간 부문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민관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APEC 회원들이 상호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도 적극 수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역내 협력 의지를 복원하고, APEC이 앞으로도 역내 최대 경제협의체이자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는 구체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경주 선언'에 '자유 무역' 문구 들어갈까…美 반대로 협상은 난항

올해 APEC은 국제 통상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개최된 다자 경제행사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1989년 각료회의로 시작된 APEC은 1993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상급 회의체로 격상된 바 있다. 기본적으로 다자 간 자유무역을 추구하고, 이 가치를 기반으로 1995년 국제무역기구(WTO) 출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올해 APEC 정상선언문은 '자유 무역' 문구를 넣을지를 놓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30여년 전 미국 주도로 정상회의로 격상됐던 APEC이 되레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기본 정신을 잃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WTO 체제가 무너졌다고 평가받는 가운데 양자·소다자 등 복수 협정을 기반으로 하는 '개방된 복수주의'는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경주 선언'에서 새로운 글로벌 통상질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21개 모든 회원국의 총의를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의장국의 조율이 중요해진 상황으로, 대한민국의 외교력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당초 경주 선언보다 앞서 채택될 것으로 기대됐던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 공동성명은 폐회 당일 진통 끝에 불발됐다. 다만 외교부 측은 막판까지 추가 협의를 시도해 정상회의가 끝나는 11월1일 경주 선언과 함께 타결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방침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AMM 폐회 후 기자회견에서 "세계적 도전 요소에 대해 정상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APEC의 장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의견을 나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국제 경제·통상 질서가 기로에 선 시점에 한국에서 APEC이 열린다는 것은 굉장한 역사적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무역의 근간이었던 WTO의 룰(규칙)이 지켜지지 않고, 디지털·기술분야는 룰 자체가 낡았다"며 "APEC과 같은 다자 체제에서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의하며 컨센서스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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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전 각국 정상 영접…시 주석 "황남빵 맛있게 먹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APEC 정상회의에 앞서 각국 정상들을 영접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9시 20분부터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를 시작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멕시코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은 멕시코가 홍수로 인해 국가비상사태라 대통령이 직접 오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전했고, 이 대통령은 언젠가 다시 셰인바움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잘 다녀왔는지 물었고 카니 총리는 한국이 제공해 준 헬기와 조선소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오전 10시 2분 마지막으로 도착한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이 대통령은 만나게 돼 반갑다고 했고, 이에 시 주석은 경주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라고 들었다면서 매우 인상적이고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강 대변인은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어제(30일)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뜻에서 갓 만든 따뜻한 황남빵을 한식 보자기에 포장해 경주의 맛을 즐기시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전달했다"면서 "오늘 오전에는 중국 측 대표단을 위해 황남빵 200상자를 추가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외교부 장관에게 중국 외 모든 APEC 회원국 대표단에게도 경주의 명물인 황남빵을 선물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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