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수소 전기차 판매지역을 일본과 유럽, 북미권까지 늘리기로 했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아직 수요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정유석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은 지난 29일 재팬모빌리티쇼2025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지 인증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안에는 유럽과 북미권에서도 신형 넥쏘를 판매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수소차 관련 인프라를 갖춘 곳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호주 지역까지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서 신형 넥쏘를 일본에 처음 공개했다. 2018년 1세대 모델 출시 후 7년 만에 내놓은 2세대 신형으로 앞서 지난 4월 국내에 먼저 선보인 모델이다. 내년부터 일본에서 팔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이 회사는 2022년 일본에 다시 진출하면서 현재는 배터리 전기차만 팔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와 아이오닉5·N, 인스터(한국명 캐스퍼 일렉트릭) 정도다. 여기에 수소 전기차까지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자동차 전동화 전환이 더딘 편이다. 다만 수소 승용차를 판매하는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시메기 토시유키 현대차 일본 법인장은 "현대차가 모든 파워트레인에 대해 미래 지향적이라는 점을 일본 시장에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소 전기차는 아직 양산형 모델을 내놓는 업체가 많지 않다. 승용차를 만드는 곳은 현대차를 포함해 일본 도요타(미라이)·혼다(CR-V e:FCEV) 정도다. BMW는 시제품(프로토타입) iX5 하이드로젠을 개발해 시범운영중이다. 일부 중국 업체가 버스·트럭 등 상용차를 만든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2022년 2만704대 정도로 정점을 찍은 후 이듬해 1만4451대, 지난해 1만2866대 등 꾸준히 줄고 있다. 올 상반기 들어서도 4102대 정도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현대차의 수소 전기차 수출물량 역시 2021년 1118대를 기록한 후 지금껏 감소 추세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수소차는 물론 수소 연료 자체도 비싸 아직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유석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오른쪽)과 시메기 토시유키 현대차 일본법인장이 지난 29일 재팬모빌리티쇼2025가 열린 도쿄 빅사이트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그럼에도 탈탄소 흐름에 발맞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커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탄소배출 규제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상황에서는 배터리 전기차만으로는 충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메기 법인장은 "일본 내 수소 가격은 1kg당 2400엔 정도로 비싼 편이며 수소 충전탱크 점검이 오래 걸려 한 달에 영업 가능한 날이 15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다만 도쿄에서 수소 전기차와 수소에 대해 보조금을 검토하고 있고 수소 충전소 운영과 관련해서도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등 향후 사업 여건은 긍정적일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1세대 넥쏘는 2018년 이후 유럽에서 일부 판매했으나 수출물량 자체가 많지는 않았다"며 "아무래도 충전 등 인프라가 흩어져 있기 때문인데 올해부터는 과거 판매 경험, 소비자도 수소차에 익숙해진 점 등을 감안해 국내에서는 1만1000대가량 팔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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