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정상회담에서 무역 갈등 완화에 합의한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양국이 표면적인 갈등을 봉합해 확전은 피했지만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근본적 문제는 덮어 둔 채 '일시적 휴전'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꺼내 들며 대미 협상력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 같은 실질적 보복 수단을 활용해 언제든 미국을 압박하고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랫동안 기다려 온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은 양국이 최근 취했던 일련의 긴장 고조 조치를 완화하며 관계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발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회담에서 발표된 합의 내용은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 과도한 보조금, 불공정 무역 관행 등 양국 경제 긴장의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휴전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번스 전 주중 미국 대사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미·중 간의 휴전은 포괄적 합의가 아니다"며 "우리는 여전히 끓고 있는 무역 전쟁 속 불안한 휴전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중 무역 협상을 이끌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번 휴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전략적 디커플링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는 몇 달, 길어야 1년 정도 지속될 뿐 결국 우리는 다시 이 문제로 돌아와 재검토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과 무역 전쟁 휴전을 통해 오히려 중국의 자신감과 협상력만 키웠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스콧 케네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 겸 중국 기업·경제 석좌는 블룸버그 통신에 "중국이 일부 후퇴하긴 했지만 역학관계의 핵심은 중국이 미국으로 하여금 일련의 제재 조치에서 물러나게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방법을 완전히 익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중국의 경제 시스템과 글로벌 리더십 확대를 위한 보다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타결한 자국 중심의 무역 합의와는 달리 이번 협상은 중국이 미국에 "이 게임은 양쪽이 다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체결된 1단계 무역 합의와 달리 이번엔 중국이 훨씬 강경한 협상 태도를 보였다"면서 "특히 관세 인하와 해운 비용 완화 등에서 중국은 자신이 내놓는 모든 양보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짚었다. 이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앞으로도 이를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결과 미국의 관세 위협은 신뢰성을 잃고, 실행에서도 훨씬 더 큰 비용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회담을 갖고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펜타닐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낮추며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 방침을 발표하고, 이에 맞서 미국이 11월부터 대(對)중국 100%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양국 간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었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이 같은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의 '급소'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미국과의 무역 담판에서 강력한 협상 지렛대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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