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30일(현지시간) 혼조세다. 투자자들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실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금리 인하를 소화하며 경계감 속에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무역 갈등을 일단 봉합하면서 하락폭은 제한되는 흐름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거래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는 가운데, 뒤편 스크린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발표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오전 10시21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5.67포인트(0.52%) 오른 4만7877.67을 기록 중이다. 투자자들이 기술주에서 다른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는 순환매가 전개된 영향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7.12포인트(0.39%) 내린 6863.4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0.951포인트(0.88%) 미끄러진 2만3747.522에 거래되고 있다.
종목별로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날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각각 11.71%, 2.41% 약세다. 인공지능(AI) 관련 자본 지출 증가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반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전날 실적 호조에 힘입어 5.12% 급등 중이다. 이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내놓는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0.17%, 1.6% 약세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빅테크의 AI 자본지출 확대와 관련해 "AI 거품이 터지거나 주식시장에 큰 반전이 임박했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가까운 시점에 단기 조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도 투심을 짓누르고 있다. Fed는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로 0.25%포인트 내리며 2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12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금리 인하 결정 투표권이 있는 12명의 FOMC 위원 중 2명이 각각 '0.5%포인트 인하', '동결' 등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반대표를 던진 것도 12월 통화정책을 둘러싼 내부 이견과 향후 금리 경로의 불확실성 확대를 시사했다.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미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보다 4bp(1bp=0.01%포인트) 오른 4.09%,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bp 상승한 3.62%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된 점은 증시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시간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약 100분간 회담을 가진 뒤,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부과하던 펜타닐 관세를 기존 20%에서 10%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올해 미국산 대두 1200만t, 향후 3년간 매년 최소 2500만t의 대두를 구입하기로 했다"며 "미·중 무역 협상이 마무리돼 다음 주 (합의문) 서명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빅딜'은 아니더라도 양국이 무역 휴전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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