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스토리]사법부 공격으로 변질된 사법개혁

대법관 증원 등 압박 강화한 與
개혁 명분 내세운 법원 길들이기
'선출 권력 우위' 주장 오만일 뿐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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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사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4명의 대법관을 갑자기 26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원하는 것부터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허용, 판사에 대한 법 왜곡죄 신설, 법원행정처 폐지, 심지어 최근에는 '대통령 재판중지법'까지 다시 꺼내 들었다.


대법관 증원은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재판소원 도입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금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사법개혁 방안들은 대부분 사법부의 힘을 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내용이다. 사법부 개혁 방안이라기보다는 사법부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진다.

사법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법시스템의 근본 틀을 바꾸는 이 같은 무리한 방안들을 추진하는 동기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민주당이 사법부에 집중포화를 쏟아붓기 시작한 건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 때부터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당론 추진이 재점화된 것도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재개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의 답변이 발단됐다.


6년 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녀 입시 비리 등 의혹이 제기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 돼 수사권이 축소되고, 수사지휘권을 잃고, 결국엔 폐지될 운명에 처한 상황이 오버랩된다. '정치 검찰의 표적수사'라는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조 전 장관과 아내 정경심 전 교수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지금도 민주당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의 해외 골프 라운딩과 백현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의 국토교통부 압박과 관련된 이 대통령의 발언이 허위였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왜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선고를 했는지, 충분한 검토는 했는지, 그 심리 과정과 선고 시기만 문제 삼고 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놓은 대법원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거 관련 범죄로 사실상 유죄가 확실한 후보자에 대해 유권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선거를 치르게 하는 것이 대법원의 사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법원이 정말 이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막을 생각이었다면 파기자판을 통해 아예 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을 박탈하지 않았을까.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시 선고기일이 잡혔을 때 이 대통령도, 민주당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정통한 소식통'을 거론하며 "무죄가 확정될 것"이라고 했고, 이 대통령도 방송 인터뷰에서 "'빨리 기각해 주자, 깔끔하게'라고 들었다"며 "갑자기 선고한다고 그래서 고맙구나, 이렇게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대법원이 내린 결론이 유죄가 아니라 무죄였다면, 사법부가 이렇게 곤욕을 치르지 않았을 것은 물론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준 기관으로 민주당의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판결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사법부를 공격하고, 대법관 수를 대폭 늘려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우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 재판소원 도입이나 법원행정처 폐지 등 다른 방안들도 이런 식으로 면밀한 검토와 여론 수렴 없이 힘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사법부는 입법부와 함께 국가를 지탱하는 삼권분립의 주체이자 누구보다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기관이다. 선출 권력이 우위라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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