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났지만, 난 남자할래" 2만명 넘게 성별 바꿨다…허가 필요없는 독일

독일, 작년 11월부터 성별자기결정법 시행
의사 감정·법원 결정문 없이 성별 변경 가능
9개월간 2만2000명 바꿔…'女→男' 45%

지난해 독일 정부가 스스로 정한 성별을 법원의 허가 없이 등록할 수 있게 한 가운데, 2만 2000명 넘는 시민이 성별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는 29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슈테른을 인용해 "독일 연방 통계청 자료 분석 결과, 성별자기결정법이 시행된 지난해 11월 7057명이 성별을 새로 등록했으며 올해 7월까지 9개월간 합계 2만 2000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법 시행 전인 지난해 1∼10월(596명)과 비교해 30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지난 8월 독일 바우첸 열린 연례 성소수자 프라이드 행진에 사람들이 참석해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독일 바우첸 열린 연례 성소수자 프라이드 행진에 사람들이 참석해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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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정신과 의사 2명의 심리 감정과 법원 결정문 등 기존 성전환 절차가 성 소수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성별자기결정법을 만들었다. 해당 법에 따라 성별은 남성·여성·다양·무기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만 14~18세는 부모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본인이 신고한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법 시행 후 첫 2개월간 성별 변경 신청 가운데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사례가 33%,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꾼 경우가 45%로 나타났다.

새 성별등록제도는 진보 성향 '신호등' 연립정부 당시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주도로 도입됐다. 그러나 성 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악명 높은 극우 인사가 교도소 수감에 앞서 성별을 여성으로 바꾸자 여성교도소에 수감해도 되는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중도 보수 기독민주당(CDU)은 올해 초 총선에서 해당 제도를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올해 5월 SPD와 연정을 꾸리면서 내년 7월까지 유지하고 아동·청소년·여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로 입장을 완화했다.


해당 법 도입 당시 독일과 함께 유럽 각국에서 비슷한 시도가 이뤄졌다. 스웨덴은 법적 성별 변경 가능 연령을 기존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성별 위화감(태어날 때 부여된 성별이 자신의 성별이 아니라고 느끼는 경우)'에 대한 진단서 없이 성별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18세 미만은 보호자, 의사, 국립보건복지위원회 승인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의 'LGBTIQ 평등 전략 2020-2025'는 회원국 인권 기준으로 '자기 결정에 기초하고 연령 제한 없이 접근 가능한 법적 성별 인정'을 지지하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EU 국가 중 벨기에, 덴마크,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몰타,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도 자기 선언을 기반으로 한 간단한 법적 성별 인정 절차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독일 사례와 같이 일부 국가에선 악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르 몽드 보도에 따르면 일부 스페인 남성들은 "더 쉽게 소방관, 경찰관이 되려고 여성의 경쟁시험에 응하고 싶다", "자녀 양육권을 얻을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 "성폭력 신고를 피하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성별을 바꾸고 싶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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