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과 대규모 투자 유치·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백악관이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정상 특별연설 하고 있다. 2025.10.29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백악관은 이날 팩트시트를 통해 구체적인 투자 유치 내용을 담은 방한 성과를 발표하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역사적인 거래를 체결함으로써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주도권 강화, 기술 혁신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공개된 계약은 대부분 기존에 발표된 내용과 중복된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선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사로부터 103대의 항공기를 총 362억달러 규모로 신규 구매하기로 했다. 또한 GE 에어로스페이스에서 137억달러 규모의 엔진을 별도로 구매한다. 백악관은 대한항공과 보잉 간의 구매 계약으로 미국 내에서 약 13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공군은 미국의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를 차세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개발사로 선정하고, 23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미국 내 6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대폭 확대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트라피구라, 토털에너지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연간 330만t 장기 구매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국 센트러스에너지와 협력해 미 오하이오주 피켓턴 지역의 우라늄 농축 시설 확장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업으로 미국 내 3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는 것이 백악관의 설명이다. LS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 전력망 인프라에 30억달러를 투자하고, 버지니아주에 6억8100만달러 규모의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한미 산업 협력의 상징인 조선·해양산업 분야 협력도 대폭 강화된다.
HD현대는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협력에 미국 조선소 현대화와 공급망 강화, 자율 운항 등에 50억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과 함께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조선소 자동화, 미 국적 선박의 신규 건조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한다. 한화오션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리 조선소의 인력 양성, 생산 능력 10배 이상 확충을 위해 50억달러 규모가 투입되는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또 한미 양국이 '기술 번영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정에는 인공지능(AI), 6G 통신, 생명공학, 양자기술 등 첨단 기술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아마존은 2031년까지 한국 내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Ⅱ 임무에는 한국 위성이 탑재돼 우주 방사선 측정을 수행할 예정이다. 양국은 또 핵심 광물 공급망의 안정화 및 다변화를 위한 공공·민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빈 방문은 한미 양국의 굳건한 동맹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시켜 미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성취한 역사적인 무역 승리와 인프라 구축 약속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수천 개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양측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관세를 인하받는 조건으로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연간 최대 투자한도는 200억달러로 설정하고, 최소 10년 이상 분납하기로 했다. 나머지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쓰이며 현금과 선박금융(RG), 보증 등으로 구성된다. 투자 수익은 원리금 회수 전까지 한미가 5대 5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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