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바스크 치즈 케이크(7900원) 한 조각과 아이스 말차 글레이즈드 티 라떼(6500원)를 주문하면 결제금액은 1만4400원. 서울의 김치찌개 백반 평균 가격인 8577원과 자장면(7500원), 칼국수(9692원) 가격을 훌쩍 넘어선다.
디저트를 즐기는 비용이 한 끼 식사비를 넘어선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시대. 9900원으로 케이크와 커피, 와플과 과일까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애슐리퀸즈의 '디저트타임'이다.
지난 28일 오후 3시 애슐리퀸즈 구의이스트폴점에서는 매장 이용객의 약 3분의 1이 디저트 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직접 반죽을 붓고 구울 수 있는 와플 코너 앞은 생크림과 초코 분수, 사과잼, 쿠키 등 토핑을 얹거나 과일, 아이스크림 올려 '나만의 와플'을 꾸미는 데 집중한 고객들로 붐볐다.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 과잠(학과점퍼)을 입고 온 대학생, 혼자 스마트폰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60대 여성, 점심식사 후 찾은 가족 단위 고객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한 대학생 A씨는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디저트타임' 사진을 진짜 많이 봤다"며 "직접 와보니까 진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서 사진 찍을 맛이 난다"고 말했다. 손주와 함께 매장을 찾은 B씨는 "손주랑 같이 와서 와플도 굽고 음료도 고르고, 이게 다 1만원도 안 한다"며 "요즘 밖에 나가면 밥 한 끼도 부담인데, 여기선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매장 운영에도 변화가 생겼다. 구의이스트폴 점장은 "출시 초기에는 런치 이용객과 동선이 겹쳐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디저트타임 전용 구역을 분리하고 안내 팻말을 설치하는 등 운영 체계를 정비했다"며 "이제는 안정적으로 정착돼 오후 타임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점심시간 이후 주춤하던 해당 매장의 매출은 디저트타임 도입 후 최대 50%까지 늘었다.
평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운영되는 디저트타임은 '한정 시간대' 전략으로 오후 매출 공백을 채웠다. 카페 한 번 갈 돈으로 바스크 치즈 케이크와 말차 라떼는 물론 제철 무화과를 얹은 생크림 케이크 등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다.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지난 7월 시범 도입 후 8월부터 정식 운영된 디저트타임은 초기 11개 매장에서 시작해 현재 전국 27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특히 신촌, 대학로 등 대학가 상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9900원에 케이크 무제한 실화냐" "카페보다 합리적" 같은 인증 사진이 쏟아지고, 현대백화점 신촌점에는 오후 대기 줄이 생길 정도다.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현재까지 디저트타임을 이용한 누적 고객은 약 1만명이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평일 저녁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지만 디저트타임 시간대엔 대학생과 직장인 비중이 높다"며 "공강 시간이나 점심 이후 휴식을 즐기려는 수요 덕분에 대학 상권 매출이 40%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또 "디저트타임 이용객 중 1년 이상 애슐리를 방문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 비율이 37%였다"며 "브랜드 재방문 유도에도 큰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애슐리퀸즈의 디저트타임은 뷔페 메뉴를 세분화한 '언번들링(Unbundling)' 전략의 결과물이다. 고객이 전체 샐러드바를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케이크나 와플 같은 일부 메뉴만 즐기고 싶은 수요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는 호텔이 '애프터눈 티 세트'나 '디저트 뷔페'를 별도로 판매하거나, 치킨 브랜드가 '닭다리만' '날개만' 따로 상품화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점심 이후 한산한 시간대에 디저트 전용 고객을 받게 되면 비수기 시간대 매출을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을 줄이면서 취향에 맞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어 업체와 고객 모두에게 '윈윈' 효과가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이츠는 다음 달 6일부터 말차 디저트 등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고, 오는 12월19일까지 시즌1을 운영할 계획이다. 11월3일부터는 애슐리퀸즈 가락몰점과 대구 동아쇼핑점이 새롭게 합류하며, 내년 봄에는 버전업된 '디저트타임 시즌2'를 준비 중이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고물가 속에서도 '작은 보상'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디저트타임은 카페보다 합리적이고, 뷔페보다 부담 없는 새로운 형태의 휴식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