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대전환]⑥임수강 "文정부서 실패한 금융개혁, 성공하려면…부동산대출 더 조여야"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경제학 박사) 인터뷰
"은행 주담대 위험가중치 현행 15%에서 25%로 과감히 올려야"
"부동산 쏠림 줄이고 정부 주도로 기업투자 활성화해야"
"국민성장펀드 의사결정에 산업 전문가 적극 기용해야"

편집자주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국민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득은 정체된 반면 집값은 치솟아 주거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는 금융권의 과도한 부동산 금융이 지목된다. 금융회사가 기업이나 첨단산업 등 생산적인 분야에는 자금을 공급하지 않고 부동산 담보대출 등 비생산적 부문에 집중하면서 시장에 과도한 신용이 풀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회사들이 반성의 움직임을 보이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적 금융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금융회사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이 17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이 17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은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지금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경기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활동했던 임 부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대표 경제 정책인 '기본금융'을 설계했다. 현재는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 등 현 정부 핵심 금융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본사에서 인터뷰한 임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생산적 금융이 추진됐지만 흐지부지된 가장 큰 원인으로 은행의 과도한 부동산 담보 대출을 꼽았다. 그는 "부동산 대출과 같은 비생산적 금융의 축소 없이는 생산적 금융을 확장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비생산적 금융 축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임 부회장은 이재명 정부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더 조여 비생산적 금융을 줄여야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방안으로는 은행 주담대 위험가중치(RW)의 과감한 상향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부동산 대출 억제를 유도하기 위해 주담대 RW 하한을 현행 15%에서 내년 20%로 높일 계획이다. 주담대 RW가 올라가면 은행은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거나 위험자산을 줄여야 해 부동산 담보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그는 "주담대 RW 하한을 20%로 올려서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최소 25%까지는 올려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줄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홍콩, 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이미 25%를 적용하고 있다"며 "한국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 가계대출 총액이 1300조원에 달하지만 1년 신규 대출액은 50조~60조원 수준이라 20% 상향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다주택자 담보대출 회수가 핵심이며 이를 위해 RW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부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경제 기여도가 낮아졌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생산적 금융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금융이 일정 수준(임계치)을 넘어서면 오히려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면서 "한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198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자산 축적 규모는 1대1이었지만 30년 뒤 1대 3.5로 바뀔 정도로 금융자산이 많이 축적됐다"며 "은행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실물경제 성장률은 0%대로 접어들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생산적 금융에 비해 비생산적 금융이 과도하게 팽창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임 부회장은 "실물경제 성장은 물론 장기적인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국 금융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적 금융 정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은행에 기업 정보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은행의 기업 조사 비용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임 부회장은 "일본금융청은 경제단체와 협력해 지방은행에 기업 정보 인프라를 제공한다"며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재명 정부의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성공하려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산업 전문가를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융 전문가 중심의 투자 운용은 수익률 하락을 지나치게 의식해 성장성 높은 산업과 기업에 대한 투자를 놓칠 수 있다"며 "국민성장펀드는 수익률보다 투자 집행의 실질적 효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이 17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이 17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다음은 임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생산적 금융이란 무엇인가.

▲금융이 기업의 신규 투자, 대체 투자, 운영 자금 등 생산적인 곳에 투입되는 것을 말한다. 노동력 재생산이나 주거 마련을 위한 금융도 생산적 금융이다. 반면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소유권만 바꾸는 금융은 비생산적 금융이다. 한국은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 비율이 높다. 이것이 대표적인 비생산적 금융이다.


-우리나라 금융 산업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1980년 한국의 GDP 대비 금융자산 축적 규모는 1대1이었지만 30년 뒤 1대 3.5로 늘었다. 하지만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IMF와 WB는 금융이 일정 수준까지는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임계치를 넘으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한국도 이미 이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연구가 있다. 은행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실물경제 성장률은 0%대다. 이는 비생산적 금융의 과잉 팽창 때문이다. 실물경제와 금융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금융을 생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편중을 줄이려면.

▲외환위기 이후 해외자본이 시중은행을 장악하면서 영업 전략이 기업대출 중심에서 개인 담보대출 중심으로 바뀌었다. 외환위기 전에는 기업 대출이 80%, 개인 대출이 20%였지만 지금은 개인 대출이 55%에 이른다. 투기적 부동산 금융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계산 시 위험가중치를 높일 수 있다. 가계대출 위험가중치가 17~18%인데 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본다. 홍콩 등은 이미 25%를 적용한다. 한국 정부가 내년부터 가계대출 BIS 비율의 위험가중치를 15%에서 20%로 올리기로 했지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한국 가계대출 1300조원 중 연간 신규 대출은 50조~60조원에 불과하다. 주담대 중 1주택자 대출 규모는 3분의 2, 다주택자 대출 규모는 3분의 1가량 된다. 다주택자 담보대출 회수가 중요하다. RW 비율을 높여야 한다. 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권한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은행이 생산적 금융 활동을 늘릴 수 있도록 공공이 기업 정보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은행이 투자 기업 정보를 발굴하는 데 써야 하는 비용을 공공이 대신 부담해주는 것이다.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해외 사례는.

▲한국은 지방은행이 2개 밖에 없지만 일본은 62개다. 일본금융청이 지방은행 기업 대출 영업을 적극 지원한다. 이를 '관계금융'이라고 한다. 관계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금융청이 경제단체와 함께 은행에 기업 정보 인프라를 제공하며 생산적 금융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이 은행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인 만큼 기업 대출을 늘리면 위험자산 규모는 늘어난다. 그러나 본래 은행의 사회적 기능은 위험을 인수하는 것이다. 위험을 인수하지 않는 건 금융이 아니다. 위험을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게 중요하지, 위험을 아예 떠맡지 않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사태에서 보듯 주담대가 항상 안전한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생산적 금융 확장과 비생산적인 금융 축소는 동전의 양면이다. 비생산적 금융을 줄이지 않으면 생산적 금융을 늘릴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비생산적 금융 축소가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15억원 넘는 아파트 담보대출 전면 금지, 의무기간 부여, 규제지역 선포 등 많은 규제를 했지만 주담대 총량이 오히려 늘어났다. 비생산적 금융 규제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 실패의 이유다. 이재명 정부도 마찬가지다. 비생산적 금융을 엄격히 줄이지 못하면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국민성장펀드를 성공시키려면.

▲유망한 산업과 기업을 잘 선정해야 한다. 산업 전문가가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그동안 금융 전문가에게 맡겨 놓은 측면이 있었다. 금융 전문가는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위험 낮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선호한다. 이런 펀드는 수익률로 평가하면 안 된다. 그보다는 투자 집행이 중요하다. 집행이 안 되는 게 문제다. 산업 전문가와의 결합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유능한 산업 전문가들이 국민성장펀드를 관리해야 한다.


-생산적 금융이 금융 소외계층 완화에도 도움이 될까.

▲생산적 금융이 확대되고 비생산적 금융이 축소되면 금융배제 계층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청년층, 임시직,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의외로 청년이 굉장히 많다. 이들이 금융배제 계층에서 벗어나면 국가의 노동력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생산적 금융을 하려면 금융 분야만 생산적이어선 안 된다. 생산성 높은 기업이 고용을 많이 창출해야 한다.


-정부의 편면적 구속력 도입에 은행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은행이 수익을 너무 많이 내서 분담금, 횡재세 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은행(금융)이 산업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건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이 제대로 기능을 못 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사회 평균 이익률과 은행 평균 이익률이 비슷하게 가야 한다. 일각에서 한국 은행들 이익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훨씬 높다.


-부동산 편중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980년대 일본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일본 금융은 사회 자본을 부동산, 자본시장에 몰아줬고 국민들은 온통 부동산, 주식 투기에 나섰다. 사회적 자본이 자산시장에 과잉 배분됐다. 국민들의 에너지가 자산시장에서 과도하게 낭비됐다. 결과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어졌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도 이미 '잃어버린 ○○년'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닌가 싶다. 경제성장률 1%대면 잃어버린 시기로 평가하는데 올해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칠 수 있다. 부동산 자금 쏠림 현상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거품의 보복'이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 프로필

▲1985년 고려대 경영대학 졸업 ▲1988년 공군 학사장교 전역 ▲1988년 동서증권 입사(채권 트레이더) ▲1997년 은행연구소 근무 ▲2000년 전남대 경제학 석사·정치경제학 강의 ▲2006년 전남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2008년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20년 경기연구원 '기본금융' 연구 책임자 ▲2025년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


[생산적금융 대전환]⑥임수강 "文정부서 실패한 금융개혁, 성공하려면…부동산대출 더 조여야"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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