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한국시간 2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 합의가 최종 타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이전보다 신중한 태도로 전환하면서 그 함의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문제(snag)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같은 자리에 있던 베선트 장관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 "아닐 것 같다(I think not quite)"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전반적인 큰 틀(프레임워크)은 완성됐고 이제 알파벳 't'에 선을 긋고, 'i'에 점을 찍는 수준의 세부 조율만 남았다"면서 "매우 복잡한 협상이지만 우리는 (협상 타결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옆에 있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도 추가적인 설명을 하도록 했다.
그리어 대표는 한국과의 협상에는 국가 안보, 순수 무역, 투자 등 여러 이슈가 얽혀 있다고 언급한 뒤 "무역 문제에서는 한국이 오랫동안 비관세 장벽을 유지해 왔고 우리는 그중 많은 부분을 해소했다"면서 "다음이 투자 부문인데 한국은 미국 조선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기존보다 확대하려는 훌륭한 계획을 갖고 있다. 그 투자를 미국 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큰 틀의 무역 합의에 도달했으나,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관세를 인하 받는 조건으로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놓고 입장 차이가 지속되면서 3개월째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전격 타결될 것이란 기대도 나왔지만,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보고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진행돼 27일 보도된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과 금액, 일정, 손실 부담과 배당 방식 등 모든 부분이 여전히 쟁점"이라며 "(타결)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관세 협상에 시간이 더 필요함을 시사했다.
미국은 당초 한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혀왔으나, 이날 베선트 장관의 발언에서는 미국 역시 이전보다 한층 신중해진 기류가 감지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준비된다면, 나도 준비됐다"고 언급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의에서 정상 간 담판을 통한 극적 무역 합의 타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협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