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포드캐스트를 틀기만 해도 어김없이 금을 사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자산운용사들은 "고객들이 금에 완전히 빠졌다"고 말하고, 친구들까지 전화해 "지금 금을 사도 될까"라고 묻는다. 이쯤 되면 굳이 차트를 보지 않아도 안다. 금값이 수직으로 치솟고, '놓치면 안 된다(FOMO·소외에 대한 공포)'는 분위기가 시장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사실을.
아니나 다를까, 올해 금값은 1968년 자유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손꼽히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예상대로 구글에서 '금 사는 방법(how to buy gold)'을 검색한 횟수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9월까지 미국의 금 관련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된 자금은 350억달러를 넘어섰다. 2005년 이후 9개월 누적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투자자들은 금을 보유해야 할까. 월가의 분위기는 이미 답을 정해놓은 듯하다. '뜨거운 자산(hot asset)'을 팔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는 그들이 이번엔 금을 권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전통적인 60대 40(60%를 주식에 투자하고 40%를 채권에 투자하는 전략)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채권 비중의 절반을 금으로 옮겨 주식 60%, 채권 20%, 금 20% 구조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금이 포함된 포트폴리오는 1968년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배당금을 포함해 계산할 경우 S&P500과 미 국채·회사채로 구성된 전통적인 60대 40 포트폴리오보다 연평균 0.7%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평균 표준편차로 측정하면 지난 60년간 금의 변동성은 채권의 세 배 이상이었다. 연평균 표준편차는 자산의 변동성을 측정할 때 쓰는 지표다. 그 기간 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8.5%로 채권보다 2.1%포인트 높았지만 변동성은 훨씬 컸다. 채권을 금으로 바꾸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거친 등락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험 측면에서 보면 금은 채권보다 주식에 더 가깝다. 다만 성과만 놓고 보면 주식이 훨씬 나았다. 1968년 이후 금은 S&P500보다 약 20% 더 높은 변동성을 보였지만, 연평균 수익률은 2.3%포인트 낮았다. 결국 전통적인 60대 40(주식·채권)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금을 추가하려는 투자자라면, 굳이 금을 담지 않아도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어쩌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은 주식보다 변동성은 크고 수익성은 낮다. 게다가 주식은 금보다 더 꾸준한 성과를 내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우위를 가진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60년은 너무 긴 시간이다. 따라서 단기나 중기 구간의 성과가 훨씬 더 중요하며, 바로 그 지점에서 금은 빛을 잃는다.
10년 단위의 구간별(rolling) 수익률을 보면 주식과 채권은 대부분의 시기에서 금을 앞질렀다. 이는 금이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긴 침체기를 여러 차례 겪어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값은 1980년과 2007년에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오랜 침체기가 이어지다가 지금처럼 짧고 급격한 상승세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식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금은 전통적인 자산이라기보다, 디지털 대체재인 비트코인과 더 닮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금을 사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듯 '골드 버그(gold bugs·금 애호가)'라 불리는 이들 중 상당수는 공포심에 의해 움직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식보다 변동성이 훨씬 큰 금이 '안전자산(safe haven)'으로 널리 인식된다는 사실은 잠시 제쳐두더라도, 과거 이런 공포에 기반한 금 투자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년간 금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취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급증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금값 상승세는 불안감이 가라앉으면서 수그러들었고, 최근 금값 상승세를 고려하더라도 결국 주식이 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성과를 냈다.
이번에는 많은 금 투자자들이 관세정책으로 인한 달러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적어도 현재까지 이런 우려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미 국채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치인 2% 안팎에 머물러 있다.
달러가 하락하더라도 금이 그 손실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1968년 이후 금과 미 달러 간의 역상관관계는 약했다(월별 기준·-0.29). 달러가 떨어질 때 금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관계가 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기간에 달러가 크게 하락한 시기는 세 번뿐이었으며, 금의 흐름은 엇갈렸다. 1970년대와 금융위기 직전 몇 년 동안은 달러 약세와 함께 금값이 급등했지만, 1985년부터 1992년까지는 대체로 보합세에 머물렀다.
달러 약세에 대비하는 보다 확실한 방법은 미국 외 통화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주식이 유용하다. 전 세계적으로 다각화된 기업에 투자하면 성장하는 사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동시에 선진국과 신흥국의 다양한 통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 금값을 떠받치고 있는 달러 폭락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며, 이 랠리 역시 그 공포와 함께 잦아들 것이라고 본다. 물론 원한다면 금을 사도 좋다. 다만 횡재를 기대하진 말라. 그럴 기회는 이미, 이 랠리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지나갔다.
니르 카이사르 유니슨 어드바이저스 창립자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e Gold FOMO Trade Is Too Lat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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