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상용 시제차 주행시험을 했던 협력사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협력업체 직원 1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은 남양연구소가 제작한 트럭, 버스 등 상용 시제 차의 내구성을 평가하기 위해 주행로를 일정 조건에 따라 운행하는 내구 주행시험 업무를 맡았다. 현대차는 1997년 도급계약을 맺었고, 업체는 여러 번 바뀌었다. 직원 16명은 협력업체에 고용 승계돼 계속 일했다. 이들은 총 3개 회사에 속했다.
현대차가 대상 차량을 정하고 발주서를 전달하면 협력업체 팀장이 주행 근로자와 일일 주행거리 등을 정했다. 근로자들은 주행시험일지를 제출했고, 팀장은 시험차 현황 문서를 매일 현대차에 보고했다.
협력업체 직원 16명 등은 2017년 현대차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해 불법적으로 파견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파견법상 제조업 생산공정 과정에는 파견 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다.
1, 2심은 이들이 사실상 지휘·명령을 받아 업무를 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협력업체는 투입 근로자의 수, 일일 작업량, 작업 시간 등을 조절할 재량이 거의 없었고, 근로자들에 독자적으로 행사할 권한도 별로 없었다"며 "상용 시제 차량이나 시험로 등도 현대차 소유이고, 협력업체는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도 갖추지 않았다"고 짚었다.
2심도 "A씨 등이 현대차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되고, 현대차가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봄이 상당(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에 근로자 파견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현대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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