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왕실 보석 도난 사건에 박물관 내부 보안 요원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25일(현지시간) 한 익명의 수사 관계자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박물관 보안 요원 가운데 한 명과 도둑들이 공모했다는 걸 보여주는 디지털 포렌식 증거가 있다"며 "보안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전달됐고, 이것이 그들이 보인 보안 허점을 알게 된 경로"라고 설명했다. 관련 증거에는 녹음 파일과 메시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나 절도범들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은 대대적인 인원을 투입해 DNA·지문 등 150건 이상의 증거물을 채취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절도범들의 신원을 추적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며칠 내로 분석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4인조 절도범은 루브르 박물관 내 왕실 보석 전시관인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7분 만에 무려 보석 8점을 훔쳐 달아났다. 이 보석들의 가치는 약 1499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공사 중이어서 외부 감시 카메라가 없는 갤러리 외부 벽에 사다리차를 대고 갤러리가 위치한 2층에 접근한 뒤 유리창을 깨고 노란색 작업용 조끼 차림을 한 뒤 태연하게 내부로 침입했다. 박물관 외벽 공사가 진행 중이며 관람객과 보안 검색 인력이 거의 없는 시간대를 노린 등 범인들이 박물관 사정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해석이 있었다.
범인들이 루브르 박물관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훔친 보물은 9점이었다. 나폴레옹 1세가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 목걸이와 귀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가 쓴 왕관·티아라·브로치, 18세기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티아라·목걸이·귀걸이 등이다. 이중 외제니 황후 왕관은 범인들이 현장 인근에 떨어뜨린 걸 경찰이 회수해 결과적으로 이들이 가지고 달아난 보석은 총 8점이다.
로랑스 데카르 루브르 관장은 지난 22일 상원 현안 질의에 출석해 "도둑들의 침입을 미리 포착하지 못했다"면서 "끔찍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박물관 내 보안 시스템이 부족하고 노후화 문제가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데카르 관장은 박물관 인근 지역의 보안 강화 조치에 더해 박물관 내부에 경찰서를 설치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다만 파리 경찰청장 출신 로랑 누네즈 내무 장관은 "현재 경찰서는 루브르 바로 옆에 있다"며 "경보가 울리자마자 3분 만에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며 필요성을 부인했다.
한편 루브르 박물관은 가치가 높은 소장품 일부를 인근 프랑스 중앙은행 지하 수장고로 옮겼다. 프랑스 RTL 방송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은 24일 오전 경찰 특수부대의 호위를 받아 소장 중이던 보석 일부를 중앙은행이 금을 보관하는 지하 26m 깊이의 수장고로 옮겼다. 이전된 유물이 다시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될 수 있을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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