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미슐랭 레스토랑 '그웬'에서 손님이 스테이크와 함께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고 있다. 손님이 고른 것은 와인이 아니라 물일 때도 있다. 그웬에서는 최근 이런 장면이 일상이 됐다. 직원이 추천한 11달러(약 1만 5000원)짜리 생수 한 병이 손님의 식사 경험을 좌우한다. 물도 음식과 어울리는 '페어링' 시대, 미국에서는 워터 소믈리에가 새로운 주목받는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미국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고객에게 물을 추천하고 페어링을 돕는 전문 직업인, 이른바 '워터 소믈리에(Water Sommelier)'가 주목받고 있다. 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최근 미국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고객에게 물을 추천하고 페어링을 돕는 전문 직업인, 이른바 '워터 소믈리에(Water Sommelier)'가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인 워터(fine water)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맛과 성분을 고려해 최적의 생수를 제안하는 전문가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파인 워터는 단순한 생수를 넘어 논알코올 음료를 선호하는 고급 소비층 사이에서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WSJ에 따르면, 최근에는 탄산음료, 주스 등 기존 음료를 대신해 파인 워터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며, 가격대는 병당 7달러(약 1만원)에서 100달러(약 14만원)까지 다양하다.
특히 캐나다 뉴펀들랜드산 '버그 워터(Berg Water)'는 미네랄이 적고 가벼운 바디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인 앳 리틀 워싱턴(Inn at Little Washington)' 같은 럭셔리 호텔에서는 병당 95달러(약 13만원)에 제공하며, "1만5000년 된 빙하에서 나오는 물로 고대의 눈과 공기가 응축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메뉴에 소개하고 있다.
그웬의 워터 소믈리에 마틴 리제는 "우리 레스토랑은 파인 워터 판매만으로 연간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며, "파인 워터 메뉴판이 워낙 인기가 많아 일부는 훔쳐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약 10곳의 레스토랑이 파인 워터 메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덴마크, 영국,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산 중이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워터 소믈리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 미국 '파인 워터 아카데미', 독일 '도멘스 아카데미', 싱가포르 '더 워터 소믈리에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이며, 한국에서도 관련 교육 과정이 마련돼 있다. 파인 워터 아카데미 설립자 마틴 리제는 "물도 와인처럼 풍미가 다양하며, 미네랄 함량에 따라 음식 맛에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물 관련 직업군이 세분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워터 소믈리에가 레스토랑 서비스 중심이라면, 워터 어드바이저는 고객에게 추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밖에도 워터 스튜어드, 워터 웨이터, 워터 매니저 등 다양한 명칭이 존재한다.
워터 소믈리에의 개념은 2001년 미국 맨해튼 리츠칼튼 호텔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2002년 이탈리아에서는 ADAM(Associazione Degustatori Acque Minerali)을 설립해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산에 아키가 2008년 JASA(Japan Aqua Sommelier Association)를 설립하며 워터 소믈리에 양성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2007년 '노 트랜스 워터 카페' 개장과 함께 워터 소믈리에가 소개되었고, 현재는 백화점, 호텔,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다양한 프리미엄 생수가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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