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벨라루스 출신 모델 베라 크라브초바(26)의 납치·살해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며, 크라브초바가 자발적으로 미얀마로 이동했다는 근거를 공개했다. 최근 일자리 제안을 받고 태국으로 향한 크라브초바가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장기가 적출된 채 숨진 채 발견됐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태국 당국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태국 공영 BPS TV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 이민국은 23일(현지시간) 크라브초바가 입국과 출국 당시 태국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자동출입국심사(ABC) 게이트를 통과하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민국은 "그는 생체 인식 시스템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으며, 어떤 형태의 강압도 없었다"며 "보도된 납치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민국은 또 "그가 미얀마로 출국한 이후 벌어진 일은 태국의 관할 범위를 벗어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개된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크라브초바는 지난 9월12일 태국에 입국한 뒤 같은 달 20일 오전 7시20분 타이항공 TG301편을 이용해 미얀마 양곤으로 출국했다.
앞서 영국 매체 더선과 데일리메일 등은 크라브초바가 모델 계약을 맺기 위해 태국에 도착했으나,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돼 미얀마 국경지대로 넘겨졌다고 보도했다. 크라브초바는 부유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로맨스 스캠'에 동원돼 금품을 갈취하는 역할을 했으나,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하자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됐다. 이후 캠프 측은 가족에게 "이미 사망했으며, 시신을 원하면 50만달러를 보내라"라고 요구했으며, 송금이 이루어지지 않자 "시신은 소각됐다. 더 이상 찾지 마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매체 SHOT 역시 "크라브초바가 실제로 장기 밀매 조직에 넘겨져 장기가 적출된 뒤 시신이 불태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얀마 북부 일대는 중국계 범죄조직과 군부가 결탁해 운영하는 불법 사이버 범죄 거점으로,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감금돼 하루 16시간 이상 강제노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자는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하면 폭행이나 고문, 심지어 장기 적출 위협까지 받는다고 한다.
크라브초바는 벨라루스 민스크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해 프리랜서 모델로 활동했다. 이후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일하며 국제적 커리어를 쌓던 중 이번 비극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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